[파리 연쇄 테러] “가족 부양 위해 한국 온 근로자일 뿐 무슬림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파리 연쇄 테러] “가족 부양 위해 한국 온 근로자일 뿐 무슬림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최훈진 기자
입력 2015-11-19 23:10
업데이트 2015-11-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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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反이슬람 정서 확산에 눈물짓는 무슬림

19일 낮 12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모스크) 앞. 길게 늘어서 계단을 오르는 신도들이 보였다. 정기 ‘쌀라’(예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듯했다. 아랍계로 보이는 남성 신도들 사이로 한국인 여성 신도들도 눈에 띄었다. 8년 전 무슬림이 됐다는 30대 여성 최모씨는 “무슬림을 테러와 연결 지어 바라보는 시선에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 남산에 갔더니 아이들이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을 감싸는 스카프)을 두른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IS(무장테러단체 이슬람국가)다’라고 소리를 치더군요. 무슬림은 위험하다, 테러단체다라는 편견이 아이들에게까지 생긴 것 같아 안타까워요.”

●시리아 난민 승인에 악플 빗발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밝혀진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국내 무슬림들 사이에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증)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날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 연계조직을 추종하는 인물이 검거됐다는 소식에 이어 시리아 난민 135명의 입국이 허가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대해 인터넷에서는 무슬림을 향한 무차별적 비난이 쏟아졌다. 이를테면 “이슬람 사원들을 전부 다 없애 버리고 싶다. 이슬람 OUT”, “누가 난민인가. 이슬람 테러범들을 불러들였다.” 등의 글들이 SNS와 포털뉴스 댓글 등에 오르고 있다. 박모(34·여)씨는 “10년 전 이슬람교를 믿게 됐다. 여성 신도들은 더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날 때마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아이까지 편견… 우리도 테러 반대”

실제로 이날 함께 예배에 참가한 신도 13명 중 10명은 본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한국에 와 공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외국인 근로자들이었다. 이들은 “고향 가족들을 먹여살리려고 한국에 와서 착실하게 일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도 한국인들과 다르지 않다”고 호소하는 목소리에는 억울함도 배어 있었다. 10년 전 한국에 온 하피츠 엠디(48·방글라데시)는 “파리 테러 사건에 대해 드는 감정은 우리나 한국인들이나 다를 바가 없다”며 “코란(이슬람 경전)에서도 무자비한 폭력은 절대로 행하지 말라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인 무슬림은 올 2월 기준 13만 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슬람혐오증 되레 테러 위험 높여‘이슬라모포비아’가 국내에서 테러가 발생할 위험을 오히려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중동학회 편집출판이사로 IS 영문판 홍보매체인 ‘다비크’를 분석해 논문을 쓴 정상률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극단주의자들은 전체 무슬림의 1%도 안 되는데, 잘못된 편견으로 종교적 차별을 한다면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며 “이는 소외당한 무슬림들을 테러 세력으로 선동하려는 IS의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수영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흔히 테러를 자행하는 단체들은 세력을 불리기 위해 종교를 통해 집단의 논리를 세뇌하는데, 이를 특정 종교의 특징으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5-11-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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