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400만∼10억원씩…‘소멸시효 완성 주장’ 기각
유신정권 시절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사형당하거나 옥살이를 한 ‘울릉도 간첩단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국가가 위자료 125억여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울릉도 간첩단 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울릉도 등지에 거점을 두고 간첩활동을 하거나 이를 도왔다며 전국에서 47명을 불법 구금하고 고문한 공안 조작 사건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염기창 부장판사)는 이 사건으로 사형당하거나 징역을 살았지만 이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당사자와 가족 등 7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인당 400만∼10억원씩 총 125억5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중정 수사관들이 피해자들을 영장 없이 연행해 불법 구금하고서 고문해 허위 자백을 얻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국가배상법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와 가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정부는 소멸 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했으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사실상 손배소를 할 수 없다”며 “이럴 때 채무자인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며 기각했다.
앞서 피해자 5명과 가족을 비롯해 이미 사망한 8명의 유가족 등 72명은 작년 12월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올 4월 195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974년 검찰은 울릉도 간첩단 사건으로 적발된 47명 중 32명을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중 3명은 사형됐고 나머지는 무기징역이나 징역 1∼15년형이 선고됐다.
이후 36년이 지나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피해자들이 당시 불법 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하며 허위 진술을 강요받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피해자들은 이를 근거로 재심을 신청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