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어린이 큰키 덕에 가중처벌 면한 성추행범

피해 어린이 큰키 덕에 가중처벌 면한 성추행범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6-07-06 14:42
업데이트 2016-07-0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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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미만인 청소년을 성추행했더라도 나이를 짐작하지 못한 채 범행했다면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해 가중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이광만)는 배모(27)씨의 항소심에서 당초 기소된 혐의(성폭력처벌법상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대신 형법상 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을 유지했다고 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배씨에게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월 및 정보공개 2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2년이 선고됐다.

배씨는 지난해 7월31일 새벽 2시 쯤 서울 양천구 노상을 걸어가던 A양(당시 12세)의 입을 손으로 막은 뒤 근처로 끌고가 가슴 등을 만져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양이 13세 미만이었던 점을 고려해 배씨에게 특례법인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했다.

성폭력처벌법 제7조 4항은 ‘13세 미만 청소년을 강제추행하면 5년 이상 유기징역이나 3000만∼5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 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것과 비교해 처벌이 무겁다.

그러나 1심은 배씨가 범행 당시 A양이 13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성폭력처벌법 대신 형법의 강제추행죄를 적용했다.

사건 당시 사복을 입고 있었던 A양의 키가 160㎝를 넘어 성인 여성과 큰 차이가 없었고, 매우 어두워 나이를 추정하기 어려웠던 점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범행 후 A양을 만나지 못한 배씨가 처음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자리에 없는 A양을 ‘그 여자분’이라고 지칭하는 등 성인처럼 대하는 태도를 보인 점도 고려됐다.

항소심도 “심야에 어두운 곳에서 범행이 이뤄져 배씨가 A양의 얼굴을 식별하기 어려웠고, 뒤에서 끌어안은 채 범행해 얼굴을 정면에서 볼 기회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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