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우리가 계속 옮기겠습니다”…故신영복 교수 1주기 추도식

“산은 우리가 계속 옮기겠습니다”…故신영복 교수 1주기 추도식

입력 2017-01-15 17:06
수정 2017-01-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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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옮겨 세상을 바꾸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한 선생님은 우리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1주기 추도식이 15일 오후 3시 성공회대 성미가엘 성당에서 열렸다.

영하의 날씨에도 고인을 추모하러 온 시민들로 150여명이 들어가는 성당과 아랫층 300석 규모 강당은 가득 찼다. 신학대학원 김은영 교수가 ‘그리워’ 제목의 추모 노래를 부르자 몇몇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대학 교목실장인 김기석 신부 집례로 기도가 끝나자 대학 관계자와 정치인들이 추모사를 읽었다. 추모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은 우공이산(愚公移山·어리석은 일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노력하면 목표를 달성한다)이었다.

신 교수 제자인 졸업생 조진호씨는 “이제 우리 차례다. 선생님의 등짐을 받아 산을 옮기고 세상을 바꾸고, 어리석으면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한 선생님은 우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세상이 우리를 두고 곤혹스러워한다면, 넌 누구길래 우리를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신영복의 제자다’라고 대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직전에 신 교수가 ‘우공이산’ 글을 써 준 일화를 소개하며 “그 뜻을 이어나가면 끝내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위로의 말씀이었다”면서 “내년 2주기 때에는 선생님이 강조한 ‘더불어숲’이 이뤄지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교수회 의장인 박경태 교수는 “신 교수님이 아름다운 여정의 종착지인 성공회대에서 편안하게 계실 것으로 믿는다”면서 “우리 성공회대의 교육을 통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그 믿음을 우리가 계속 지닐 수 있도록 교수님이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모객들은 추도식이 끝나자 교내에 마련된 ‘신영복 선생 추모공원’으로 가 추모공원 조성의 의미와 취지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1월 15일 별세한 신 교수는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강의했으며, 2006년 정년퇴임 뒤에도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양성에 힘썼다.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후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하기까지 20년간 수감됐으며, 1998년 출소 10년 만에 사면복권 됐다.

긴 감옥 생활 동안 가족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엮은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깊은 성찰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 밖에도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이달에는 1주기를 맞아 유고집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와 대담집 ‘손잡고 더불어’가 출간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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