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석방’ 판사 파면청원에 법원 대응자제…“삼권분립 위배”

‘이재용 석방’ 판사 파면청원에 법원 대응자제…“삼권분립 위배”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2-06 11:29
수정 2018-02-0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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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집행유예 비판, 충분히 이해” 의견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와대 청원게시판 요구가 잇따른 가운데 법원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현직 판사들 사이에서는 개별 판결을 놓고 파면 청원까지 나오는 것은 삼권분립에 반하는 지나친 주장이라는 반응이 많다. 다만 일각에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양형판단을 비판하고 있다는 취지에서 수긍할 수 있는 주장이라는 의견도 있다.

6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글에 대해 법원은 공식 대응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법관의 파면은 청와대 청원으로 가능한 문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판결에 대한 국민적 비판은 어떤 형태로든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히 대응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법관들은 판결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있다해도 현직법관의 파면을 대법원이 아닌 청와대에 청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삼권분립에 따라 현직법관의 인사와 관련된 문제는 청와대가 개입할 수도 개입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라며 “판결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수용하더라도 법관을 청와대가 파면하라는 취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헌법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법관징계법은 법관에 대한 징계 처분을 정직과 감봉, 견책 3가지만 가능하도록 한다.

반면 법원 일각에서는 국민청원 입장이 충분히 이해된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부정한 청탁이 없다거나 재산국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적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36억원이 넘는 뇌물을 공여한 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양형 판단에 대해서는 국민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뇌물공여액이 5천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집행유예 선고를 부정하는 ‘주요참작사유’로 삼아야 한다. 또 대규모 이익과 관련한 뇌물공여인 경우에도 집행유예를 부정하는 ‘일반참작사유’로 삼도록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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