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번호 외워 13년 만에 성폭행범 잡았다

버스번호 외워 13년 만에 성폭행범 잡았다

최병규 기자
입력 2018-02-07 14:37
수정 2018-02-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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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노선·번호까지 기억 또렷 .. 항소심 “유죄”
2심 재판부 “구체적 묘사·진술에 신빙성”

법원이 13년전 성폭행을 당한 여성의 기억에 의존해 재판에 넘긴 남성에게 거듭 유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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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권순형 부장판사)는 7일 1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제기한 A씨의 항소를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13년 전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여성의 진술을 토대로 A씨가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A 씨의 범행은 피해자였던 여성이 성장해 A씨를 13년 만에 우연히 목격하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경남에 살던 B씨(24·여)는 10세 때인 2004년 어머니가 평소 알고 지내던 A씨로부터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직업은 버스 기사였다.

B씨의 어머니는 지적장애자였는데, 아버지 역시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아도 별다른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성폭행을 당한 그해 부모가 이혼해 B씨는 경북에 있는 시골 할머니 집으로 보내졌다.

가해 남성을 단죄할 기회는 13년이나 흘러 뜻밖에 찾아왔다. 지난 2016년 3월 아버지를 배웅하러 나간 B씨는 한 지방도시 버스터미널에서 A씨를 우연히 발견했다.

자신을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사람인 것을 한눈에 알아본 B씨는 친척의 도움을 받아 2016년 5월 A 씨를 고소했다. 1심에서 A씨는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적이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B씨 진술이 일관되고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면서 모순이 없는 만큼 신빙성이 높아 13년 전 성폭행이 있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밝힌 대로 13년이 흘러도 B씨의 기억은 너무나 또렷했다. 그는 2004년 A씨가 근무하던 버스회사 이름, 운행하던 버스 노선 구간을 정확히 기억했다. 또 당시 A 씨가 몰던 버스 차량 번호 일부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한 숙박업소 위치를 여전히 기억했다.

여기에다 재판부는 B씨가 A씨를 무고할 이유도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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