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웨이퍼 검사 20대 직원 백혈병…법원 “업무상 재해”

삼성 반도체 웨이퍼 검사 20대 직원 백혈병…법원 “업무상 재해”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8-11-29 18:37
업데이트 2018-11-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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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홍보관인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핵심소재 ‘웨이퍼’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홍보관인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핵심소재 ‘웨이퍼’
연합뉴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 노동자의 백혈병 발병에 대해 공식 사과한 가운데 법원에서 백혈병과 해당 사업장 업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한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A(33)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낸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A씨는 만 18세였던 2003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 웨이퍼(반도체 핵심 소재) 샘플을 관리하고 불량 원인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았다.

A씨는 불량 웨이퍼를 수거하기 위해 일주일에 3~4일,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웨이퍼 가공공정 등의 모든 설비 라인을 출입했다.

웨이퍼 불량 원인을 찾는 과정은 주로 국소 배기장치가 없었던 분석실에서 이뤄졌다. 분석실에서는 방독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와 안전 장화, 보호장갑을 착용했다.

A씨는 2010년 근무 중 황달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항암 치료를 받던 중 장염까지 생기면서 장의 4분의 3을 잘라내기도 했다.

A씨는 백혈병과 장 절제가 업무와 연관이 있다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의 업무가 발암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은 작아보인다면서 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A씨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도 재심을 기각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유해한 업무 환경으로 알려진 ‘클린룸’과 분석실에서 ‘식각 작업(회로 패턴 형성을 위해 불필요한 부분 깎는 공정)’ 등 각종 업무를 하면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됐다”며 업무상 질병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A씨가 백혈병에 대한 별다른 가족력 등이 없는데다 이른 나이인 만 24세에 백혈병이 발생한 점 등을 볼 때 업무상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심 판사는 “원고가 이 사업장에 근무하는 내내 웨이퍼를 수거하기 위해 제대로 보호장비를 갖추지 못한 채로 웨이퍼 가공공장을 수시로 출입하거나 상당한 시간 동안 체류하면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가 웨이퍼 가공공정을 직접 담당하는 노동자에 비교해 그 노출의 정도가 낮았을 것으로 보이더라도,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벤젠 등에 낮은 정도로 노출되더라도 발병이 가능하다”면서 “인과 관계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장 절제를 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심 판사는 “백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에 따른 상병”이라면서 “백혈병과 업무상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면 장 절제 상태 역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발병률이 우리나라 전체 평균 발병률이나 원고와 유사한 연령대의 평균 발병률과 비교해 유달리 높다면, 이런 사정 역시 원고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유리한 사정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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