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갈등하는 국회 정개특위에 보내는 공개 제안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갈등하는 국회 정개특위에 보내는 공개 제안서

정영애 기자
입력 2019-01-29 15:50
수정 2019-01-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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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개특위가 예정된 시한을 훌쩍 넘겨서도 선거제도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야 3당, 시민사회, 학계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요구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유불리 계산에 바쁘다. 한국당은 아직 당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지역구를 도시는 중선거구제로, 농촌은 소선거구제로 재편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를 내심 바라는 듯하다. 중선거구제가 거대 정당의 동반 당선을 보장하는 방법임은 박정희 유신과 전두환 시대를 통해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즉 한국당은 수도권 대도시에서는 민주당과 의석을 나눠 가지고 대구 등의 우세 지역에서는 의석 독점도 기대하는 눈치다. 금권 및 파벌 정치의 문제가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인구 21만명의 바누아투와 인구 48명의 영국령 핏케언제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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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속내는 좀더 복잡한 듯하다. 지역구 200석과 비례대표 100석을 기준으로 권역별 변형 연동제 세 가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준연동제는 100석의 비례의석 중 50석은 연동형, 나머지 50석은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안이고, 복합연동제는 비례의석 배분 기준을 ‘지역구 득표율+비례대표 득표율’로 삼는 안이며, 보정연동제는 지역구 득표 대비 의석의 차이를 비례의석으로 보정(추가 혹은 삭감)한 후 나머지를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안이다.

계산식이 복잡한 이유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소수 정당 배려제’가 될 우려가 있어 연동 수준을 낮췄다는 언급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이 연동형 비례제를 가미하나 거대 정당에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게 만들려는 계산속 때문이다. 그런데 복합연동제와 보정연동제는 위헌 소지가 있는데, 비례의석 배분 기준에 지역구 득표율 혹은 지역구 의석을 사용하기에 지역구 선거에서 표출된 국민 의사를 비례대표 의석 배분의 기준으로 활용하면 위헌이라는 2001년 헌재 판결과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준연동제만이 그나마 현실적이다.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주요 갈등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제대로 된 연동형을 도입하려면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고, 반대로 현행 정수로 시행하려면 지역구 의석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난망하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여론이 59.9%에 달했다. 후자의 경우도 선거법 개정의 당사자인 현역 의원들의 저항이 불을 보듯 뻔한 상태다.

따라서 의원 정수 확대나 지역구 수 축소를 피하면서 연동형 비례제를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구해야 한다. 한 가지 대안으로 영국의 런던, 스코틀랜드, 웨일스 의회가 실행하고 있는 영국식 의석추가형 비례제를 들 수 있다. 각 정당의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정당 득표를 기준으로 비례의석을 돈트식으로 할당해 나가는 제도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각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수가 결정되면 각 정당의 비례대표 정당 득표수를 ‘지역구 당선자수+1’로 나눈다. 이때 ‘1’을 더하는 이유는 배당될 추가 의석을 의미한다. 그 결과 각 정당의 1석당 평균 비례대표 정당 득표수가 나온다. 이때 비례의석 1석을 평균 득표수가 가장 많은 정당에 배분한다. 다음은 새로 조정된 의석수를 기준으로 다시 평균 득표수를 계산해 추가로 비례 1석을 배분한다. 계산을 반복하며 비례의석을 끝까지 배분해 나가면 각 정당의 총의석수가 결정된다.

이 제도는 의원 정수를 확대하지 않아 국민의 원성을 사지 않고, 지역구 수를 줄이지 않아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을 침범하지 않는다. 심지어 적은 수의 비례의석을 가지고도 비례성을 향상시켜 군소 정당들도 만족할 만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비례의석이 많을수록 각 정당의 1석당 평균 정당 득표수는 동일하게 수렴돼 비례성은 증가한다.

그동안 한국 선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득표 대비 의석의 불균형에 있었다. 이를 시정하는 그 어떤 노력도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정개특위는 거대 여당의 유불리 계산,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적 불신, 그리고 현역 지역구 의원의 기득권이라는 복잡한 요인들이 얽히며 교착에 빠져 있다. 서로 한발씩 물러서는 타협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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