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의 ‘위력’ 1·2심 판단 “존재…행사는 안돼”→“행사했다”

안희정의 ‘위력’ 1·2심 판단 “존재…행사는 안돼”→“행사했다”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2-01 17:00
수정 2019-02-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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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충분한 권세 갖고 유형력 행사…안, 거절 의사도 알았을 것”

지난해 1심 법원이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자 여성단체들은 ‘존재만 하는 위력은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원심 판단을 뒤집고 안 전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이들의 주장처럼 안 전 지사의 ‘위력’이 충분히 행사됐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받은 5차례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혹은 추행 혐의를 두고 “‘위력’이라 할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었으나, 이를 남용해 피해자 김지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구체적인 혐의를 판단할 때도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했고, 김씨가 이에 제압당할 상황이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봤다.

이를 두고 여성단체 등에서는 “현실을 비튼 해석”이라며 “24시간 대기하는 수행비서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위력이 존재만 하고 행사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2심에 들어와서 이 판단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면서 모두사실에서 ‘대선 경선캠프의 상명하복식 분위기가 도청의 비서실로 그대로 이어졌다’고 전제한 것을 굳이 판단하지 않아도 위력의 존재와 행사가 충분히 증명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건 당시 현직 도지사로, 피해자의 인사권자였다”며 “피해자는 최근접거리에서 피고인을 수행하면서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와 권력을 가진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여러 경로를 통해 피고인을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인식하고 있었고, 자신의 업무 등 거취도 본인 의사보다는 조직의 필요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인식했던 듯하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충분히 제압할 권세나 지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수행비서가 아닌 정무비서로 보직이 바뀐 이후에도 업무 관계로 상관인 안 전 지사의 보호감독 아래 놓인 상태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판단하면서도 “객실 안으로 들어오게 해 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범행을 한 것은 적극적인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지은씨를 객실로 부를 때)맥주를 가져오라 한 것은 수행비서의 업무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비서로서 권력적 상하관계에 있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범행에 나아갔다”는 판단도 제시했다.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에게 거절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재판부는 “피해자가 맡은 역할과 업무 내용 등 여러 사정에 비춰 위력으로 자유 의사가 제압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남녀간의 합의된 성관계’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판단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가 성관계 제안에 동의했다고 인정하긴 어렵다”며 “연령 차이나 수행한 업무의 내용, 진술 내용, 사건 이후 계속 미안하다고 말한 점 등으로 미뤄 피고인도 피해자가 이성적 감정을 갖고 정상적 남녀관계에 응하지 않았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살 연상의 유부남이자 직장 상사인 피고인은 성욕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일 뿐, 피해자의 감정을 주의 깊게 살폈다고 전혀 볼 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판단 역시 1심과는 완전히 달라진 부분이다.

1심은 김지은씨가 적극적인 거절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가로저으며 ‘아니다’라고만 말한 점을 두고 “이 태도가 성관계 거부 의사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인이 거절 의사를 인식했으리라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위력의 행사 여부를 둘러싼 1심과 2심의 판단이 이처럼 확연하게 갈림에 따라, 결국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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