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연기에 부모들 동분서주…돌봄교실 데려가고 오후엔 반차

개학연기에 부모들 동분서주…돌봄교실 데려가고 오후엔 반차

신성은 기자
입력 2019-03-04 10:12
수정 2019-03-0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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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운영 안 되면 고발이라도”, “길어지면 유치원 옮겨야” 등 불만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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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연기 여부에 대해 무응답한 서울 도봉구의 한 유치원에서 취재진이 출입문 넘어로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2019.3.4  연합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연기 여부에 대해 무응답한 서울 도봉구의 한 유치원에서 취재진이 출입문 넘어로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2019.3.4
연합뉴스
“정상 운영되지 않으면 고발이라도 할까 싶네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개학일인 4일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정부에 맞서 ‘개학 연기 투쟁’을 강행했다.

개학 연기에 동참하는 유치원이 사전에 공개됐고, 정부가 긴급돌봄체계도 가동한 터라 당장 큰 혼란은 없어 보이나 학부모들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정상 개원했거나 개학을 연기하되 자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치원의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인질로 잡는다’며 유치원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 개학연기 유치원은 ‘적막’

개학 연기에 동참하기로 한 유치원들은 드나드는 사람 없이 적막했다.

교육청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도봉구의 한 유치원은 등원 시간이 임박한 오전 8시40분께에도 불이 꺼지고 문이 완전히 닫힌 상태였다. 학부모나 유치원 관계자 등 오가는 사람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전 10시께 관할 교육지원청 장학사가 도착해 벨을 눌렀지만 응답은 없었다. 현장을 확인한 장학사는 이후 다시 유치원으로 찾아와 정문에 시정명령서를 붙였다.

해당 유치원은 개학 연기 철회 의사를 교육당국에 밝혔으나 향후 정상 운영 일정을 전달하지 않아 시정명령을 받았다.

애초 5일로 개학일을 잡았다가 무기한 연기한 노원구의 한 유치원에는 등원버스 운전사만 나와 버스를 청소하고 있을 뿐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버스 운전사는 “일단은 내일 개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정명령이나 개학 연기는 들은 바 없고 (오늘) 누가 다녀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 “돌봄체제 길어지면 유치원 옮겨야”

일부 유치원은 개학 연기에 동참하되 자체적으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등원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등 학부모 불편은 불가피했다.

개원 연기에 동참한 강남구의 한 유치원에는 일부 교사들이 출근해 개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부모들에게는 사전에 돌봄교실 신청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부모 손을 잡고 등원하는 아이들은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는 표정이었지만, 학부모들은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 모른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학부모는 “원래 버스로 등원시키는데 오늘 운행을 안 한다고 해 직접 등원시키느라 정신이 없고 불편하다”며 “주변 영어유치원 등도 대부분 오늘까지 등록 마감이라 새로 알아볼 시간도 없는데 유치원이 폐업이라도 하게 되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맞벌이라는 또 다른 학부모도 “오늘 첫 등원이라 이제 막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때인데 개학 연기 때문에 원아들이 별로 없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오늘은 반차를 쓰고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와야 한다. 돌봄체제가 길어지면 유치원을 옮겨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딸을 등원시킨 한 학부모는 교사에게 “오늘 점심은 주나”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내일까지도 정상 운영하지 않으면 개인적으로라도 고발할 생각”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 정상운영 어린이집 학부모 ‘안도’

개학을 연기하지 않고 정상 운영한 유치원 학부모들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유치원들의 개학 연기 방침을 불만스러워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날 정상 개원한 관악구의 한 유치원 앞에는 오전 8시40분께 첫 등원버스가 도착해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들을 내려줬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뒤 바삐 출근하던 학부모 김모(39)씨는 “우리 유치원은 개원 연기가 없어 마음이 놓인다”면서도 “연기를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와 연기한다고 갑자기 말하면 나 같은 직장인 엄마들은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최모(47)씨도 “다른 유치원처럼 휴원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고마웠다”며 “아이들 데리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유치원 개원 여부를 협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자기들 이익을 챙기려는 태도 같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상 개원한 유치원들도 개학 연기투쟁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 부담을 느낀 듯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전날까지 개학 연기로 확인됐다가 방침을 철회한 노원구의 한 유치원에는 오전 8시 전부터 교사들이 출근해 있었다. 그러나 취재진에게는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애초 정상운영 방침이었던 관악구의 한 유치원 교사들도 등원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개원 여부는 원장님 판단이라 확답할 수 없다”며 “언제 아이들을 받을지 모르니 일단 나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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