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초등학생들까지 “전두환 물러가라”…29만원 ‘패러디 화폐’ 든 네팔 청년 눈길

광주 초등학생들까지 “전두환 물러가라”…29만원 ‘패러디 화폐’ 든 네팔 청년 눈길

최치봉 기자
입력 2019-03-11 22:42
수정 2019-03-1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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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밖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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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앞에서 광주 시민 등이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어 추징금을 낼 수 없다는 과거 전씨 발언을 풍자한 피켓 등을 든 채 인간 띠를 만들어 전씨를 규탄하고 있다. 현재 전씨의 미납 추징금은 1030억원이다.  광주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광주지법 앞에서 광주 시민 등이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어 추징금을 낼 수 없다는 과거 전씨 발언을 풍자한 피켓 등을 든 채 인간 띠를 만들어 전씨를 규탄하고 있다. 현재 전씨의 미납 추징금은 1030억원이다.
광주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5·18 민주화운동 이후 39년 만에 11일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88) 전 대통령은 뜻밖에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경찰 경호 속에 예정 시간보다 1시간쯤 이른 낮 12시 35분쯤 광주지법에 도착했다. 기자들의 질문엔 특별한 대응을 보이지 않고 부인 이순자(80)씨와 경찰의 부축을 받으며 승용차에서 내린 즉시 청사로 들어갔다.

법원청사 주변엔 5월 단체 관계자, 시민 등 100여명이 이른 아침부터 “학살자 전두환을 처벌하라”, “전두환이 민주화 아버지면 이완용은 근대화 아버지다”라는 등의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전씨 차량이 3㎞쯤 떨어진 동광주톨게이트에 도착했다는 소식엔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씨 차량이 진입하는 법원 후문 진입로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때 총에 맞아 숨진 희생자들의 사진 패널을 세우고 길바닥에 전씨의 사진을 붙이는 등 항의를 나타냈다.

전씨가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5·18부상자회 김행엽(58)씨는 법원 담장을 뛰어넘어 접근하려다 경찰의 제지에 막혔다. 이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한다”며 “전씨를 직접 눈앞에서 바라보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1980년 5월 27일 금남로 전남도청에서 최후까지 항전했던 ‘시민군’ 윤성용(60)씨는 “광주를 이용해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을 반드시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두환은 5·18의 진실을 밝혀라’고 적힌 피켓을 든 조선대생 김비호(22·정치외교학과)씨는 “5·18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학과행사 때 관련 발표회 등을 통해 상황을 알게 됐다”며 “5·18 학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전씨 사진과 ‘(전 재산으로 강변한) 29만원’을 표기한 1만원짜리 ‘패러디 화폐’를 든 네팔 출신 20대 청년은 “지난해 5월 5·18기념재단 주관 국제인턴으로 근무하면서 5·18의 진상을 알고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법정과 길을 사이에 둔 D초등학교 학생들도 점심시간에 창문을 열고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법원 주변에 13개 중대 1200여명을 배치,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19-03-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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