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혐의에 부정처사 포함돼 양형기준상 중형 불가피

1억7천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4일 구속기소 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강력하게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 투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에서 검찰과 김 전 차관 측이 얼마나 정교한 논리와 입증자료를 내놓느냐에 따라 중형이 선고될 수도 있고, 반대로 처벌의 전제 자체가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12년까지 처해질 수 있지만, 핵심 증거 중 일부라도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아예 처벌을 피할 가능성도 있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1억3천100만원 상당의 금품과 10차례 넘는 성접대를 받고, 다른 사업가 최모씨에게 3천95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뇌물수수죄는 대법원 양형기준상 수수액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 징역 5∼12년이 적용된다.

특히 뇌물과 관련한 부정처사가 있었거나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등 가중요소가 있는 경우 징역 9∼12년이 권고된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뇌물을 받는 대가로 윤씨에게 형사사건의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등 부정한 처사를 했다고 본다.

이런 검찰의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면 김 전 차관에 대해서는 중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은밀하게 이뤄지는 뇌물수수 범죄의 특성상 혐의의 상당 부분을 관련자 진술에 의존해 입증해야 하는 만큼, 진술 신빙성에 대한 판단에 따라 반대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그동안 여러 차례 말을 바꾼 윤중천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김 전 차관 측은 부각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씨는 과거 김 전 차관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으나, 자신의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이후 태도를 바꿔 의미 있는 진술을 내놓았다.

김 전 차관 측에서는 이를 두고 “향후 구속영장이 재청구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선처를 받을 목적에서 진술한 것”이라는 취지로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와 같은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다면, 김 전 차관은 아예 처벌을 받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윤씨가 뇌물을 건넸다고 자백한 내용은 1억원의 반환채무 면제, 1천900만원 상당의 현금·수표, 1천만원 상당의 그림, 200만원 상당의 명품 의류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 가운데 액수가 가장 큰 1억원의 반환채무 면제 부분을 두고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난다면 김 전 차관의 전체 뇌물수수액은 1억원 미만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이 아닌 형법상 일반 뇌물죄가 적용되고, 2007년 개정 이전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가 5년이라 다른 뇌물 혐의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공소시효가 지난 혐의에 대해 기소가 이뤄지면 법원은 면소 판결을 내린다.

검찰은 “윤중천이 과거와 달리 금품 제공과 접대 사실을 자인하고, 대가관계에 의미 있는 진술을 했다”며 “최씨도 수사단계에서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며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