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들이받고 잠적한 60대 운전자…‘음주운전‘ 기소됐지만 무죄

커피숍 들이받고 잠적한 60대 운전자…‘음주운전‘ 기소됐지만 무죄

고혜지 기자
고혜지 기자
입력 2019-06-28 11:41
수정 2019-06-2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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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위드마크’ 공식 적용해 ‘만취’ 추정 기소
재판부 “음주량·음주 시간 등 엄격한 증명 필요”
음주운전으로 커피숍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조윤정 판사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이모(63)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2월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송파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씨가 몰던 렉서스 승용차는 커피숍의 통유리를 들이받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났다. 이후 경찰이 카페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 등을 통해 소재를 파악해 연락하자 같은 날 오후 경찰서에 출석했다.

이씨에 대한 음주측정은 사고 발생 7시간 30분 뒤인 오후 6시쯤 이뤄졌고 이 때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87%였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술을 마신 것은 오후 3시 정도이며 사고 당시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었다”며 혐의를 부인하다가 이후 “운전하기 전에 소주 1병을 마셨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이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도 음주량과 체중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이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시 면허취소 수준인 0.172%로 추정해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의 음주 사실에 대한 검찰의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섭취한 알코올의 양, 음주시각 등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오후 3시경 술을 마신 뒤 오후 6시에 0.187%로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된 경우 오전 10시 30분경의 혈중알코올농도를 0.172%로 확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견을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국과수는 피고인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최소 0.042%까지로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이 경우 당시의 면허정지 기준인 0.05%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판부는 “검사의 입증이 범죄사실에 관해 확신을 가지게 할 정도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피고인의 주장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을 인용해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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