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취하까지 포함하면 70% 뒤집혀 “기계적인 심사 탓… 종합적 지침 필요”
소음성 난청을 산업재해로 승인받지 못한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한 소송에서 공단 패소율이 5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화해로 취하한 사건까지 포함하면 공단 판정 10건 중 7건이 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공단이 처음부터 잘못된 기준으로 산재를 판단하면서 노동자들이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확정 판결을 기준으로 공단의 소음성 난청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의 패소율은 51.4%에 달했다.
지난해 72건의 소송이 확정됐는데 이 중 공단이 패소한 사건은 37건이었다. 화해로 소송을 취하한 14건까지 포함하면 법원에서 뒤집힌 공단의 불승인 처분은 70%가 넘는다. 공단의 전체 산재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 패소율이 14.3%라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공단이 승소한 사건은 10건(13.8%)에 불과했다.
이는 공단이 소음성 난청을 산재로 인정할 때 단순히 데시벨(㏈) 수치만 적용해 기계적으로 심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이 공단으로부터 받은 ‘2018년 12월 근로복지공단 내부 회의자료’에도 이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공단은 소음성 난청 인정 기준으로 산재보험법 시행령에 명시된 ‘85㏈의 소음에 3년 이상 노출’을 절대적 기준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상당수 판결은 “해당 기준은 예시이며 이를 충족하지 못해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한다”고 봤다.
이 의원은 “피해자를 보호하려고 설립된 공단이 산재 여부를 기계적으로만 판단하고 있다”면서 “법원 판결 기준에 따른 종합적인 난청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9-10-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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