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심 선고
50대, 면허 취소 수준으로 음주운전하다불법 좌회전…들이받힌 오토바이 20대 사망
판사 “음주했으나 운전 곤란 상태 입증 안돼”
윤창호법 미적용돼 형량 낮은 징역 3년 선고
가해자,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 벌금형 전력
유족 “20대 청년 목숨 빼앗았는데 엄벌해야”
윤창호법 시행 첫날 음주단속
음주운전 사망 사고를 저지르면 최소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일명 윤창호법) 시행 첫날인 18일 밤 대전 서구 월평동 한 도로에서 둔산 경찰서 경찰들이 음주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2018.12.18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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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법조계에 따르면 A(51)씨는 지난해 9월 한밤중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며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다가 맞은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오던 B(23)씨를 들이받았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시간여 만에 숨졌다.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20%로 조사됐다. 그는 2007년과 2013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다.
검찰은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A씨를 기소한 뒤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제2 윤창호법’ 시행 첫날 음주단속 중인 경찰들
음주 단속기준을 강화한 ’제2 윤창호법’ 시행 첫날인 25일 0시쯤 서울 강남구 영동대교 남단 도로에서 경찰들이 음주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2019.6.25 연합뉴스
재판부, 경찰 보고서 인정 안 해
1심 재판부는 그러나 A씨에게 윤창호법 대신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A씨가) 음주는 했지만,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을 검찰이 완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언행 부정확, 보행 비틀거림, 혈색 붉음’이라고 된 경찰 정황 보고서만으로는 A씨 주의 능력·반응속도·운동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도로에서 경찰차로 걸어가는 동안 부축 없이 크게 휘청거리지 않았다’는 등으로 기재된 수사보고도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음주 측정 사진으로 보면 눈빛이 비교적 선명하다”면서 “다음 날 이뤄진 조사에서도 사고 경위를 비교적 상세히 기억했다”고 밝혔다.
강화된 음주단속 기준을 적용하는 ‘제2 윤창호법’ 시행 첫날인 2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한 도로에서 경찰이 음주 단속을 벌이고 있다. 부산 경찰은 자정부터 현재까지 총 음주운전 총 6건을 적발했다. 이중 면허취소가 4건, 면허정지가 2건이다. 2019.6.25
연합뉴스
연합뉴스
앗아갔는데 처벌도 제대로 안 돼” 성토
전문가 “윤창호법 입법 취지 논란될 판결”
유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A씨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한 피해자 누나는 “앞날이 창창한 20대 초반 청년의 목숨을 빼앗아 간 상황에서 처벌까지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수도권 지역 한 형사전문 변호사도 “구체적인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까지 제시된 만큼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 입법 취지에 비춰 논란이 생길 수 있는 판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 쌍방 항소로 현재 대전지법에서 2심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윤창호(당시 22살)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법안으로, 고인은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특가법과 음주운전자의 면허 정지·취소 기준 등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국회는 그해 11월 본회의를 열고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또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도 기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을 강화했다.
사고 순간 함께 있던 윤창호 친구 오열
11일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부산 국군병원에서 열린 윤창호씨 영결식에서 사고 당일 고인과 함께 사고를 당한 친구가 휠체어를 타고 오열하고 있다. 22살 청년인 윤씨는 군 복무 중인 지난 9월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음주 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법’ 제정 추진을 촉발시켰다. 2018.11.11 연합뉴스
음주운전 피해자 윤창호씨
10일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부산국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창호씨 빈소에 있는 영정 사진. 22살 청년인 윤씨는 군복무중인 지난 9월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음주 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법’ 제정 추진을 촉발시켰다. 2018.11.1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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