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변한 게 없네”···바다 위 벚꽃 흩날린 세월호 8주기

“8년째 변한 게 없네”···바다 위 벚꽃 흩날린 세월호 8주기

곽소영 기자
곽소영 기자
입력 2022-04-16 22:38
업데이트 2022-04-1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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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8주기 선상 추모식
유가족, 참사 해역서 벚꽃과 국화꽃 헌화
단원고 희생자 250명 이름 부르며 눈물
“생명공원 등 남은 과정 잘 진행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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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8주기였던 16일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 참사 현장에서 한 유가족이 벚꽃을 들고 헌화를 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15일 자정 안산 단원고 교정을 찾아 아이들이 좋아했던 벚꽃을 직접 따왔다. 곽소영 기자
세월호 8주기였던 16일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 참사 현장에서 한 유가족이 벚꽃을 들고 헌화를 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15일 자정 안산 단원고 교정을 찾아 아이들이 좋아했던 벚꽃을 직접 따왔다.
곽소영 기자
벚꽃잎 한 장 한 장이 바다 위로 흩날렸다. 지난 15일 자정부터 세월호 유가족들이 경기 안산 단원고 교정에서 따온 벚꽃이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8주기인 16일 선상 추모식에서 참사 해역에 벚꽃을 뿌리며 아이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이날 오전 7시 전남 목포 해양경찰서 전용부두로 모인 유가족들은 발열 체크 등의 절차를 걸친 뒤 구명조끼를 입고 목포해경 3015 경비함에 올랐다. 오전 10시 20분쯤 경비함이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의 참사 현장에 도착해 ‘세월’이라고 쓰인 부표를 선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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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8주기였던 16일 진도군 조도면에서 열린 선상 추모식에 4.16재단 관계자들이 단원고 희생자들의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을 들고 서있다. 곽소영 기자
세월호 8주기였던 16일 진도군 조도면에서 열린 선상 추모식에 4.16재단 관계자들이 단원고 희생자들의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을 들고 서있다.
곽소영 기자
묵념과 추도사 낭독이 진행된 후 250명의 단원고 희생자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호명됐다. 벚꽃과 국화꽃을 손에 든 유가족들은 면장갑으로 연신 눈물을 닦거나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거센 바람 탓에 4·16재단 관계자들은 추모식이 진행된 1시간 내내 단원고 희생자 250명의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이 펄럭이지 않도록 붙잡았다.

단원고 2학년 2반 송지나양의 아버지 송용기(48)씨는 “딸이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는 시간이 되면 딸과 얘기를 나누려고 일부러 차를 집에 두고 걸어서 데리러 갔다”며 “딸의 가방을 대신 매고 걸어오는 동안 분식집에서 튀김을 하나씩 사주곤 했는데, 살찌겠다는 걱정 없이 더 많이 사줄 걸 그랬다”고 말했다.

참사 직후 약국을 10곳 넘게 돌며 수면제를 사기도 했다는 송씨는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잊으라’고 하지만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이 심정은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라며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아이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안산생명공원을 건립하는 등 남은 일들이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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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8주기였던 16일 진도군 조도면에서 열린 선상 추모식에서 한 유가족이 선에 벚꽃을 든 채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유가족들은 추모식에서 참사 해역에 국화꽃과 벚꽃을 헌화했다. 곽소영 기자
세월호 8주기였던 16일 진도군 조도면에서 열린 선상 추모식에서 한 유가족이 선에 벚꽃을 든 채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유가족들은 추모식에서 참사 해역에 국화꽃과 벚꽃을 헌화했다.
곽소영 기자
헌화가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들은 ‘잘 지내야 해’, ‘보고싶다’ 등을 외치며 통곡했다. 부표를 바라보던 한 유가족은 차마 일어서지 못하고 갑판을 붙잡은 채 주저앉아 오열하기도 했다. 국화꽃이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한참 동안 보던 유가족들은 “8년째 변한 게 없다”고 중얼거리며 현수막에 담긴 자녀의 사진을 맨손으로 쓰다듬었다. 경비함이 추모의 의미로 연이어 뱃고동 소리를 울리는 동안 헌화하는 유가족 뒤에서 대기하던 해양경찰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2학년 8반 이호진군의 아버지 이용기(53)씨는 “참사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우리 아들도 군대에 다녀왔을 나이가 됐다”며 “참사 현장에 직접 와보면 물살이 너무 빨라 저도 무서운데, 아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도 다들 자식이 있을 텐데 세월호 참사에 진보와 보수가 어딨냐”면서 “문재인 정부 내내 다수당에서도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는 만큼 정치권이 힘을 합쳐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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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진도군 조도면에서 열린 세월호 8주기 선상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참사가 발생한 현장을 표시한 부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헌화가 진행되는 동안 목포해경 경비함은 뱃고동을 울리며 ‘세월’이라고 쓰인 부표를 선회했다. 곽소영 기자
16일 진도군 조도면에서 열린 세월호 8주기 선상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이 참사가 발생한 현장을 표시한 부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헌화가 진행되는 동안 목포해경 경비함은 뱃고동을 울리며 ‘세월’이라고 쓰인 부표를 선회했다.
곽소영 기자
친척과 지인들도 추모식에 함께했다. 조카를 추모하러 왔다는 강모씨는 “어릴 때부터 옆집에 살아서 우리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는 착한 조카였다”며 “잊고 싶은 마음에 잘 찾아오지 않는데, 오늘은 조카에 부모님과 동생 얘기를 들려주려고 왔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지인이었던 학생을 추모하러 인천에서 왔다는 김한기(57)씨는 “이맘 때 되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다 같은 심정이지 않겠냐”면서 “저도 자식이 있는 부모의 마음으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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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한 국화꽃이 녹슨 세월호 선체 앞에 놓여있다. 유가족들은 묵념과 헌화를 한 후 선체를 한 바퀴 둘러봤다. 곽소영 기자
16일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한 국화꽃이 녹슨 세월호 선체 앞에 놓여있다. 유가족들은 묵념과 헌화를 한 후 선체를 한 바퀴 둘러봤다.
곽소영 기자
추모식이 끝난 후 유가족들은 목포 신항으로 이동해 세월호 선체 앞에서 헌화를 한 뒤 선체를 둘러봤다. 붉게 부은 눈으로 녹이 슨 선체를 바라보던 2반 김빛나라양의 어머니 박정화(55)씨는 “남편이 지난해 간암 수술을 했는데 여기서 죽더라도 딸을 보겠다고 해 함께 찾아왔다”며 “괜찮다가도 4월 이맘때가 되면 여전히 아이 생각이 나 힘들다”고 말했다.

2015년 유가족이 사비로 어선을 빌린 데서 시작한 선상 추모식은 2020년부터 4·16재단에서 개최하는 공식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목포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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