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생긴 큰돈, 혼자라는 불안… 세상이 두려운 ‘열여덟 어른’

처음 생긴 큰돈, 혼자라는 불안… 세상이 두려운 ‘열여덟 어른’

장진복 기자
장진복 기자
입력 2022-08-24 20:48
업데이트 2022-08-25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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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퇴소할 때 500만~1000만원 받아
유흥비로 탕진하거나 사기 피해
현실에 맞는 경제·금융교육 필요
막상 보육원 나서면 고립감 느껴
자립한 선배 ‘멘토링’ 활성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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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희망디딤돌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의지할 곳 없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보호종료 청소년 1만여명에게 삶터와 교육을 제공하며 자립을 돕고 있다. 지난 2월 광주 센터에 입주한 정민지씨는 가져온 개인 물품을 정리하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 희망디딤돌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의지할 곳 없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보호종료 청소년 1만여명에게 삶터와 교육을 제공하며 자립을 돕고 있다. 지난 2월 광주 센터에 입주한 정민지씨는 가져온 개인 물품을 정리하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제공
“생전 처음으로 큰돈이 생겨 실감이 안 났죠. 마음껏 쓰다 보니 금방 다 써 버려 얼마나 자책했는지 몰라요.”(보호종료아동 강영아씨)

보호종료아동은 자립정착금, 후원금 등 500만~1000만원의 돈을 손에 쥐고 아동양육시설(보육원)을 나와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다. 주거비부터 생활비까지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그동안 용돈을 타 쓰던 이들은 갑자기 생긴 목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경제관념이 부족해 유흥비 등으로 탕진하거나 사기 등에 연루되는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도움을 요청하고 손을 내밀 수 있는 어른이 주변에 없다는 점도 보호종료아동의 심리적 불안을 키운다. 자립을 앞둔 보호아동을 대상으로 현실에 맞는 경제 교육과 심리적·정서적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24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보호아동은 홀로서기를 준비하면서 금융 교육, 자립 체험 등 각종 자립 프로그램을 접한다. 그러나 보육원 종사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 위주의 교육이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의 한 보육원 원장은 “이론 교육은 직접 와닿지 않기 때문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며 “퇴소 후 스스로 소비를 제어하기 어려워 ‘플렉스’(돈자랑)를 하다 주변에 돈을 빌리러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많은 보호종료아동이 막상 혼자가 되면 고립감과 부담감을 느낀다. 서울의 한 보육원 종사자는 “심리 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상태로 퇴소하고 연락이 끊겨 관리를 이어 갈 수 없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의 26.3%는 퇴소 후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보호종료아동이 집중적으로 자립을 준비하는 시기에 맞춤형 교육을 하고 퇴소 이후에도 심리적·정서적 지원을 이어 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영국은 개인상담사 지정제도를 통해 보호종료아동이 최장 25세가 될 때까지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름다운재단이 운영하는 ‘청년 커뮤니티활동 지원사업’을 비롯해 자립 선배들의 멘토링과 같은 자조모임 활성화 등도 지원책으로 꼽힌다. 윤민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의 특성과 욕구를 파악해 맞춤형 자립 교육을 하고 도움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복 기자
2022-08-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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