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푼 휴지 여직원 손에 쥐여준 전북도의원

코 푼 휴지 여직원 손에 쥐여준 전북도의원

임송학 기자
임송학 기자
입력 2023-05-24 10:21
수정 2023-05-2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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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직원 개인비서 부리듯 하며 갑질 일삼아
물품 구매 부탁 안 들어주면 예산안 심사 몽니
업무 외적인 보좌 요구에 도의회 직원들 곤혹
거친 언행에 인권침해 행위로 의원 품격 떨어뜨려

“코를 푼 휴지를 여직원 손에 쥐여주며 버리라고 한 행위는 추행을 넘어 인간으로서 자격을 의심케 하는 폭력입니다” “도의회 직원을 개인비서 부리듯 업무와 관계 없는 일을 시키고, 이권개입을 하며 갑질을 해도 따를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민선 7기 시절 도의장의 갑질로 홍역을 치렀던 전북도의회가 민선 8기 들어서도 일부 도의원들의 무분별한 처신으로 파문이 일고 있다. 도의회 스스로 의원의 자질과 품격을 높이는 자정 운동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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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7기 시절 도의장의 갑질로 파문을 일으켰던 전북도의회가 민선 8기 들어서도 일부 도의원들의 무분별한 처신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전북도의회 전경.
민선 7기 시절 도의장의 갑질로 파문을 일으켰던 전북도의회가 민선 8기 들어서도 일부 도의원들의 무분별한 처신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전북도의회 전경.
24일 전북도와 도의회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이 갑질, 이권 개입, 인권 침해 등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전북도의회에서 거론되고 있는 의원들의 문제 행위는 ▲지역구 활동에 의회 직원 강제 동원 ▲업자 소개와 물품구매 압력 ▲업무 외적인 보좌 요구 ▲인권 침해 행위 ▲보복성 자료 요구 등이다.

A 의원의 경우 지역구 면민의 날 행사 등 해당 상임위와 무관한 개별 활동에 도의회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동원해 공분을 사고 있다. A 의원은 도의회 직원들을 지역구로 불러 운전을 시키고 의전을 하도록 시키는 등 갑질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중한 업무로 지원을 거부할 경우 호된 질책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청도 A 의원으로부터 자신의 지역구 등에 현장행정을 오는 횟수가 적다는 지적을 받고 지난 9일 실장급 고위 간부 2명과 과장급 2명 등이 부랴부랴 해당 지역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의원은 도청과 도 교육청 등에 특정 업체로부터 각종 물품을 구매하라고 압력을 넣어 비난을 사고 있다. 도청 직원들은 “B 의원의 말을 거부할 경우 예산안 심의를 할 때 애를 먹고, 보복성 자료를 끝없이 요구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실제로 전북도청의 한 부서는 B 의원이 추천한 업체로부터 비품 등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C 의원의 인권침해 행위는 동료 도의원들도 눈살을 찌푸린다. C 의원은 의회 직원들에게 걸핏하면 폭언을 하고 식사 자리에서 코를 푼 휴지를 앞에 있던 여직원 손에 쥐어주며 버리라고 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전북도의회 D 의원은 “도의원은 주민에게 봉사하는 자리인데 마치 완장을 찬 듯이 행동하면 동료 의원들 까지 나쁜 인상을 심어주게 돼 심히 우려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전북도의회가 채용한 6~7급 정책지원관들도 임기제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의원들의 업무 외적인 지시도 대부분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지원관들은 2년+1년+1년+1년 등 5년 임기제이기 때문에 도의원들의 무리한 요구도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한다. 이들은 진정한 정책 보좌 보다는 인사말, 도정질의, 5분 발언 등 의원이 직접 준비해야 할 각종 문건을 대신 작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일부 도의원들의 거친 언행도 도마에 올랐다. 도의회 임기제 정책지원관들은 “특정 의원의 지시나 요구가 부당하다고 판단돼 따르지 않을 경우 임기가 끝나면 재임용 하지 말라고 의회 사무처에 요구하겠다는 등 위협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기 때문에 신분이 매우 불안하다”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주영은 전북도의장은 “일부 의원들의 문제점에 대한 소문은 들었으나 밖으로 드러난 것이 없어 지켜보고 있다”면서 “도의원으로서 품위를 떨어뜨리고 직원 등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철저하게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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