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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믿었던 남편·애인 손에… 하루 한 명꼴 극단 위험 노출

가장 믿었던 남편·애인 손에… 하루 한 명꼴 극단 위험 노출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3-05-29 01:07
업데이트 2023-05-29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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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교제 살인·미수

작년 최소 86명 여성 목숨 잃어
전문가 “적극적 분리조치 필요”
‘금천 보복살해’ 30대 남성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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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폭력(데이트폭력)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헤어진 연인을 살해한 서울 금천구 시흥동 보복살해 사건을 두고 피해자 보호 조치가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소나 연락처 같은 개인정보를 알고 있는 친밀한 관계에서 피해자가 안전한 공간을 찾기 쉽지 않은 만큼 보다 적극적인 분리 조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스토킹, 가정폭력과 달리 교제폭력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 장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보복범죄에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이나 미수 사건은 언론에 알려진 것만 봐도 1.17일에 1명꼴이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보복살인 혐의를 받는 김모(33)씨는 지난 21일 피해자 A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인근 PC방을 전전하며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 25일 피해자가 없는 사이 집을 찾아가 문자로 “TV를 부수겠다”, “집 비밀번호를 바꾸겠다”고 협박한 뒤 실제 비밀번호를 바꿨다. 피해자 A씨는 지난 26일 오전 5시 37분쯤 이러한 내용과 함께 폭행을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가 끝난 김씨는 A씨의 집에서 흉기를 챙기고 두 사람이 자주 가던 PC방 상가에 주차된 A씨의 차량을 보고 기다리다 10분 전에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A씨를 살해했다.

경찰은 접근 금지 등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사실혼 관계가 아니고, 스토킹 관련 신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아 스마트워치 지급 등 신변보호 조치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피해자 동의가 필요한 임시 숙소 이동은 불가능하더라도 김씨의 행동을 스토킹 행위로 보고 경찰 직권으로 접근 금지 같은 긴급 응급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접근 금지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서혜진 변호사는 “헤어지자고 한 뒤 위협을 느껴 신고하는 것은 전형적인 스토킹 행위 상황으로 경찰이 적극 대응했어야 한다”면서 “피해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한다면 보복을 우려하는 피해자들이 경찰 신고를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보복 우려가 있는 범죄 유형별 문항을 추가한 ‘개선 위험성 판단 점검표’를 도입한 지 나흘 만에 보복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체크리스트의 한계도 지적된다. 경찰은 “위험성 평가 등급(낮음)보다 한 단계 높은 보호 조치를 권했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최소 86명의 여성이 살해됐다. 살인 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도 최소 225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은 2016년 8367명에서 지난해 1만 2841명으로 53.5% 늘었다. 최근에도 교제 살인·폭력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5일 경기 안산의 한 모텔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27일엔 서울 마포구에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폭행한 뒤 차에 강제로 태운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체포됐다.

장윤미 변호사는 “당사자가 원치 않더라도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관련 내규 손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이날 서울남부지법 이소진 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다음달 2일 김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주연 기자
2023-05-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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