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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에만 좋은 일”…새벽 공습 사이렌에 시민들 패닉

“북쪽에만 좋은 일”…새벽 공습 사이렌에 시민들 패닉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3-05-31 15:57
업데이트 2023-05-3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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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급상황시 혼란 우려
시 “오발령 아닌 과잉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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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서울의 아침
혼란스러운 서울의 아침 북한이 31일 오전 6시29분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 TV에 서울 전역에 경계 경보가 내렸다는 뉴스속보가 나오고 있다. 이후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2023.5.31 연합뉴스
31일 오전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가 오발령으로 정정되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 41분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위급재난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22분 뒤인 오전 7시 3분 행정안전부는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는 내용의 위급재난 문자를 보내 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을 정정했다. 서울시는 오전 7시 25분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전안내 문자를 다시 발송했다.

이른 아침 출근을 준비하던 시민들은 서울시와 행안부가 44분간 번갈아 보낸 ‘경계경보’, ‘오발령’, ‘경계경보 해제’ 문자로 불안과 혼란을 겪어야 했다. 발송 주체는 다르지만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엇박자 속에 시민들에겐 오발령된 경계경보가 해제됐다는 모순된 문자를 잇달아 받은 셈이어서 바쁜 출근길에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경계경보 발령 전후 실제로 주택가에서 민방위 사이렌이 울리고 대피 안내 방송까지 나오면서 불안이 고조됐다. 또 오전 6시 32분부로 발령된 경계경보 문자가 9분이나 지난 뒤에 발송됐고 해당 문자에서 경계경보 발령의 이유가 설명되지 않은 점도 비판의 이유가 됐다.

허지웅 작가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오늘은 나라가 깨워줬다. 전역한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라며 “이미 며칠 전 이례적으로 시간까지 구체적으로 통보됐고 지속적으로 뉴스를 통해 알려졌던 예정된 일이 굳이 새벽에 위급재난문자를 통해 알려야 할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덕분에 재난문자를 꺼둔 핸드폰도 전부 울렸으니까”라면서 “게다가 이건 일본의 오키나와 주민들이 받아야지 서울 시민이 받을 게 아니지 않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 “결국 30분도 안 돼서 오발령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오발령이었다는 행정안전부의 공지조차 위급재난문자로 왔다는 대목에서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크게 웃고 시작하는 게 건강에 좋다는 깊은 뜻이 느껴진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울러 그는 “우리가 위급 시에 어떻게 허둥대는지 지켜본 북쪽의 정신 나간 사람들에게만 좋은 일이었다. 이러다가는 진짜 위급상황이 닥쳤을 때 시민들이 안일하게 생각하고 대처에 게으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시가 경계 경보를 오발령하고 행정안전부가 뒤늦게 바로잡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 기관끼리도 허둥지둥하면서 손발이 맞지 않아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북한이 국제기구에 발사 사실을 통지했는데 이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새벽에 경계 경보를 오발령하는 황당한 일이, 또 무책임한 무능한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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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해야하나, 대피를 해야하나
출근을 해야하나, 대피를 해야하나 북한이 31일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 TV에 관련 뉴스속보가 나오고 있다. 오전 6시 32분 서울시에 경계경보 발령과 함께 대피 안내 문자가 발송됐으나, 행안부가 곧이어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연합뉴스
외신 “서울 전역 사이렌 패닉”
AP, 로이터 등 주요 통신사는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의 발표 등을 인용해 북한이 남쪽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긴급 타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로 한국과 일본의 일부 지역에 비상 경보와 대피 경보가 발령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대피 경보와 사이렌이 서울에서 ‘패닉’(혼란·공황상태)을 불러일으켰다며 이날 오전 트위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등을 알아보려는 트윗이 쏟아지면서 ‘경보’와 ‘대피’가 가장 핫한 주제였다고 소개했다.

AFP통신도 행정안전부가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이후 서울 전역의 휴대전화 등을 통해 전파된 긴급 경보를 언급하며 서울시가 오전 6시41분에 발령한 경보는 오발령임을 알린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의 로켓이 한국에서 잘못된 대피 명령 경보(False-Alarm)를 촉발했다”(뉴욕타임스), “북한의 로켓 발사로 서울에서 공습 사이렌이 잘못 울렸다(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유력 매체들도 경보 오발령 소동을 기사 제목으로 달고 상세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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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재난 문자 오발송, 입장 밝히는 오세훈 시장
위급재난 문자 오발송, 입장 밝히는 오세훈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5.31 연합뉴스
오세훈 “오발령은 아니라 판단”
오세훈 서울시장은 북한 발사체와 관련한 경계경보 위급재난문자 발령 논란과 관련해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오늘 새벽 북한 우주발사체 관련 서울시 경계경보 문자로 많은 분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경위를 파악해보니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급박한 상황에서 행정안전부의 경보 발령을 전파받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민방위경보통제소 담당자가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해 경계경보 문자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통상 동해로 발사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남쪽으로 발사한 상황에서 1000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서울시로서는 즉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보를 발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북한이 서해상으로 로켓을 발사했을 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라며 “이번 긴급 문자는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이었을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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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우주발사체로 공습경보…백령도 주민들 대피소 이동
북한 우주발사체로 공습경보…백령도 주민들 대피소 이동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가 31일 남쪽으로 발사된 뒤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공습경보가 내려지자 섬 주민들이 급히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 2023.5.31 연합뉴스
경보 발령시 지하로 대피하세요
한편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나와 있는 민방공 경보(경계·공습) 시 국민 행동 요령에 따르면 경보가 발령되면 주간에는 즉시 대피할 준비를 하고 어린이와 노약자를 먼저 대피시킨 후 지하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 운전자는 대피할 준비를 하면서 천천히 운행하고, 고가도로나 도심지 진입을 삼가야 한다.

대피할 때는 화생방 공격에 대비해 방독면 같은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게 좋다. 화재 예방을 위해 유류와 가스를 안전한 장소로 옮기고 전열기 코드를 뽑는다. 야간에는 실내외 전등을 모두 끄고 대피한다. 응급실과 중요시설 등 불을 켜야 하는 곳에서는 차광막을 쳐 빛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한다. 차를 운행 중인 운전자도 도로 우측에 정차해 전조등, 미등, 실내등을 끈 다음 승객을 대피시켜야 한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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