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차 지면 평가회의
오픈뱅킹 악용한 범죄 기사 눈길해외 사례·조언까지 다뤄 경각심
급속도로 바뀌는 의료대란 상황
구조적 문제 기획기사로 잘 짚어
AI 규제 관련 기사 산발·단편적
유럽의 규제법 상세히 다뤘어야청년정치 문제점 지적 좋았지만
구체적 해결책 제시 없어 아쉬워
황혼이혼 감소 기사 1면 배치 의문
‘주택가격 하락’ 통계 설득력 부족
홍콩 ELS 등 낯선 경제용어 나열
은어·속어 포함한 제목 지양해야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 26일 제172차 회의를 열고 3월 한 달 동안의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영석(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 위원장과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윤광일(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현(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석사과정), 최승필(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진재(한국갤럽 이사)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청년 정치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한 ‘청년정치와 그 적들’ 기획이 체계적이고 전문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면서도 ‘발로 뛴’ 기사라는 인상을 줬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 기사 중에서는 4일자 ‘명의도용 금융사기’ 기획 기사가 오픈뱅킹의 허점을 다루고 독자들의 실생활에 밀접한 지점을 짚었다고 했다. 오픈뱅킹의 기술상 이점을 홍보하는 타지 기사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알뜰폰’이 쉽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통계를 단편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주는 기사 내용이나 제목, 은어나 속어를 포함한 제목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정치의 시간’인 만큼 의제의 확장과 대안 제시가 중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72차 지면 평가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현·최승필 위원, 김영석 위원장, 이창구 서울신문 부국장, 백서연 기자, 김재희·허진재·윤광일 위원.
오장환 기자
오장환 기자
허진재 알뜰폰이 오픈뱅킹 범죄의 타깃이 된다는 기사는 쇼킹했다. 염려는 해 왔지만 정말 ‘내 정보가 유출될 수 있구나, 범죄 피해 규모가 다를 수 있겠구나’ 하는 우려가 들게 했다. 가족들에게 휴대폰에 신분증이 있으면 지우라고 당부했다. 해당 보도 일주일 후 김민석 기자가 ‘[마감 후] 휴대전화 속 신분증, 지우세요’를 통해 다시 한번 독자에게 환기한 것도 좋은 취지였다고 생각한다. 서울신문에서 신년에 ‘열린 경선과 그 적들-총선리포트’ 기획 같은 선거 관련 좋은 기획을 했었음에도 18일자 ‘말로만 시스템 공천… 이중투표·거짓응답 등 경선 위반 더 늘었다’를 보니 여론조사 관련 적발 사례가 이전 선거보다 많았다. 좋은 기획 기사에도 불구하고 공염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의 지적으로 끝내지 말고 경선 과정부터 우리가 바꿔 나아갈 시스템에 대해 정치권에 계속해서 경종을 울려 주길 바란다. 또 의료대란과 관련해 급속도로 상황이 바뀌어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도 관련 기사들의 내용과 구성이 알찼다. 다만 5일자 ‘대한민국 기형적 의료체계’ 기사에서 수도권 인구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는 점을 보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 등 통계 인용 시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김재희 3월은 의료대란, 공천의 시간이었다. 남들 다 쓰는 기사를 차별화해 쓰는 것이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서울신문이 다른 언론사에 비해 짜임새 있게 잘 썼다고 생각했다. ‘이참에 뜯어고쳐야 할, 대한민국 기형적 의료체계’ 시리즈는 피상적으로 알던 의료대란의 구조적 문제를 잘 지적한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 기존 프레임이 ‘의사의 이기주의’라는 감정적 부분을 부각하고 몰아가는 측면이 있었는데 서울신문에서 이 기사를 통해 이슈를 심층 분석해서 좋았다. 다만 21일자 1면에 나간 ‘집값 떨어지자 황혼이혼 감소’ 기사는 아쉬웠다. 1면에 이혼 관련 기사가 가끔 실리는데 흥미를 끌 수는 있지만 1면은 신문의 얼굴인 만큼 분량과 내용을 생각해 볼 때 아쉬웠다. 또 주택가격 하락을 황혼이혼 감소의 단일 원인으로 분석했는데 이 같은 통계를 인용할 때는 유의해야 한다. 흥미성 있는 주제만 부각할 게 아니라 서울신문의 퀄리티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분석력도 같이 갖춰야 한다.
김영석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했다. 통계 자료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함부로 쓰기 어려운 문제다. 자칫 우연을 단일한 인과관계로 해석하고 제2·3의 변인들은 들여다보지 못할 수 있다. 앞으로 기사에 참고하면 좋겠다. 더불어 3월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였다. 여기 금융에 계신 분도 있지만 독자는 상장지수펀드(ETF)·파생결합펀드(DLF) 등 용어를 알기 어렵다. 신문의 첫 번째 기능은 쉬운 정보 제공이다. 피부에 와닿게 설명해야 하는데 용어만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박스를 치는 등의 장치로 독자에게 쉽게 설명해 주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일 수 있어도 ‘서울신문이 이런 걸 해주는구나’ 할 수 있다. 또 의대 증원과 관련해 2000명이라는 숫자가 부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예스’, ‘노’라는 논란을 다루는 것만이 최선인지 고민해야 한다. 의사 증원 문제는 단순히 의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공계 학생들의 이탈 등 대학 전체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종합적으로 제시하며 여론을 이끄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또 총선을 앞두고 점점 여론조사 숫자를 놓고 승패를 논하는 ‘경마저널리즘’이 심해질 텐데 이 같은 부분은 더욱 유의하며 사회통합을 위한 기사를 써 달라.
이재현 청년으로서 청년정치 관련 기획이 눈에 들어왔고 반가웠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등한시되고 있다는 지적도 좋았다. 다만 청년정치 발전을 위한 구체적 해결책이나 정책의 방향성 같은 깊이 있는 논의가 추가됐으면 좋았겠다. 또 18일자에 청년정치 발전비를 비효율적으로 관리한다고 지적하는 기사가 나왔는데, 지적은 의미가 있지만 과연 어떻게 활용해야 청년에게 유용할지에 대한 대안은 없어서 독자에게 궁금증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의도 블라인드’ 시리즈는 소외되기 쉬운 내용에 대해 쉽게 다뤄 좋은 코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한 청각장애 유튜버가 비례대표 후보에서 탈락했다는 기사는 단순히 장애를 이유로 후보에서 탈락했다는 인상을 줬다. 중립적이고 친절한 코너가 됐으면 한다.
윤광일 지난번에 비해 공천 분석, 후보 분석 등 정치면에서 다른 신문에 비해 돋보이는 기사가 많아 칭찬하고 싶다. 체계적이고 전문성 있는 내용이었다. ‘청년정치 기획’은 ‘발로 뛴 기사’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다만 청년의 정의를 좀 다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청년의 정의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청년 의원의 비율이 낮아서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건지 등을 지적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 정치인들이 은어나 속어를 쓰더라도 그대로 인용해 제목에 ‘몰빵’ 같은 단어를 쓰는 것까지는 지양했으면 한다.
2024-03-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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