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전세사기 불안한데...아직도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행세

가뜩이나 전세사기 불안한데...아직도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행세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4-05-26 17:48
수정 2024-05-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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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보조원 신분 고지 의무’ 6개월 지났지만
위반 적발도 전국 2건뿐…7월부터 계약시 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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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앞에 붙은 전세 매물 안내문
부동산 앞에 붙은 전세 매물 안내문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시내 부동산에 부착된 전세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최근 이사할 집을 알아보던 직장인 최모(32)씨는 부동산 플랫폼 서비스에 올라온 매물을 보고 서울 은평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대표 공인중개사는 여성이었지만 전화를 받아 응대한 건 남성이었다. 이사가 급했기에 찜찜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며칠간 이 남성과 집을 둘러본 최씨가 계약서에 특약 등을 요구하자 본인을 공인중개사라고 소개했던 남성은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전세 사기 불안감에 최씨가 ‘서울부동산 정보광장’에서 조회했더니 이 남성은 공인중개사가 아니라 중개보조원이었다. 최씨는 2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계약서까지 보조원에 맡긴 중개사무소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시간이 촉박한데도 다시 품을 팔아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된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중개보조원은 집을 빌리려는 예비 임차인 등에 자신의 신분을 반드시 알려야 하지만, 공인중개사 행세를 하는 중개보조원이 아직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보조원의 신분 고지 의무를 모르는 임차인들이 많고, 이런 점을 악용해 신분을 숨기는 이들이 사라지지 않아서다.

이전에도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의 실제 업무까지 맡으면 공인중개사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었지만, 전세 사기 등 각종 부동산 범죄에 중개보조원이 가담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정부는 신분을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현장 안내는 중개보조원이 할 수 있지만, 매물을 광고하거나 계약서 작성 등의 업무는 공인중개사만 할 수 있다. 어기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임차인과 업계에서는 “상당수 중개사무소에서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 업무까지 하고 고지도 하지 않는 등 법 위반이 당연시 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제도 시행 7개월이 흘러도 제도가 자리잡지 못한 것은 모르는 이들이 많아 신고가 저조한데다 현장 단속으로 적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실제로 서울신문이 전국 광역 지자체(세종 제외)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7개월간 ‘중개보조원 신분 고지 의무’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전국에서 단 2건(광주 동구)뿐이었다.

지자체가 현장을 단속할 인력이 부족한데다 중개보조원을 ‘실장’이나 ‘이사’ 등으로 소개한 명함을 찾으러 부동산을 찾으면 이미 증거를 없앤 경우가 잦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녹취나 녹화 등이 없다면 ‘중개보조원이라고 소개했는데 못 들은 것 같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오는 7월부터 부동산 계약을 할 때 중개보조원이라는 걸 알렸는지 확인하는 서류가 추가되지만 현장 우려는 여전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규제이기에 (입법예고 등) 절차를 거치다 보니 시일이 걸렸다”면서 “공인중개사협회를 통해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제도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상당수인만큼 제대로 된 안내와 홍보 없이는 서류에 서명만 하는 형식적인 절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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