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버스 타기, 밤 소음에 뜬눈… 한남동 주민들 “욕 나온다”

목숨 건 버스 타기, 밤 소음에 뜬눈… 한남동 주민들 “욕 나온다”

송현주 기자
입력 2025-01-07 00:02
수정 2025-01-0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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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찬반 집회로 ‘고통의 24시’

차 몰고 나서도 혼잡으로 발 묶여
경찰 차벽에 막혀 통행 제한까지
버스·지하철도 예고 없이 무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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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에도 밤낮없는 집회
강추위에도 밤낮없는 집회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 도로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텐트를 치고 은박 담요를 덮은 채 집회를 하고 있다. 이 장소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진행되는 등 탄핵 찬반 양측은 강추위 속에 밤새 시위를 이어 갔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길어지면서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가 ‘교통지옥’, ‘집회지옥’으로 바뀌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도로 1차선까지 걸어나가 버스를 타야 하고 차를 몰고 나서도 교통혼잡으로 도로에 갇히기 일쑤다. 날마다 이어지는 탄핵 찬성·반대 집회에 손님 발길이 끊어지자 아예 가게 문을 닫는 상인들도 적잖다.

“이렇게 목숨 걸고 버스를 타는 게 말이 됩니까?”

6일 정오쯤 한 손에 짐을 가득 들고 한남동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정연숙(62)씨는 “집회가 시작된 이후로는 통제 때문에 도로 1차선까지 나가서 버스를 잡아타고 있다. 위험하지만 안내해 주는 사람조차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차로가 막혀 버스 정류장 옆 전광판에 ‘곧 도착 버스 없음’, ‘무정차’ 문구가 표시됐고, 시민들은 도로 한복판에 나와 목을 빼고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서지 않고 지나가려고 하자 시민들이 택시를 잡듯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며 도로로 달려 나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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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준으로 한남대로는 모든 방향의 2~3개 차로가 통제됐고 안전을 이유로 관저 인근 도보 통행도 제한됐다. 시민들은 2분이면 갈 거리를 10분 넘게 돌아가야 하는 등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이 기동대를 투입하고, 버스 수십 대를 배치해 차벽을 세우면서 교통 혼잡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남동 일대를 지나는 버스 노선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서울 중구로 출근한다는 유모(54)씨는 “욕이 나올 지경”이라며 “평소보다 1시간 30분 정도나 더 걸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주택가가 밀집한 도로 앞과 한강진역 인근에서 진행되면서 주민들은 소음과 한밤중 강하게 비추는 불빛에 고통받고 있다. 동네 주민 김용여(68)씨는 이날 서울신문과 만나 “집회 소음 때문에 밤새 한숨도 못 잔 게 벌써 3일이 넘었다”며 “귀마개를 껴도 소리가 들린다. 집이 방방 울릴 정도”라고 호소했다.

상인들은 아예 장사를 접었다. 이날 오후 찾은 집회 장소 인근의 꽃집, 자동차 매장 등은 굳게 문을 닫아 놓은 상태였다. 건물 앞에는 ‘외부인 출입 금지’, ‘화장실 없음’과 같은 안내문만 나부꼈다.

집회 장소 바로 옆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1)씨는 “매장 앞이 자기들 자리인 것처럼 앉아 있어서 손님들이 들어올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지난주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또 다른 가게 직원인 신모(25)씨도 “매장 화장실을 처음엔 1~2명만 이용하더니 이젠 화장실 앞에 줄을 서서 쓴다”며 “영업에 방해가 돼 문 앞에 안내문을 붙여 봐도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2025-01-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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