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환자 증언으로 재구성한 日알프스 조난사고

생환자 증언으로 재구성한 日알프스 조난사고

입력 2013-07-31 00:00
업데이트 2013-07-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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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일본 알프스 조난사고 생환자
인터뷰하는 일본 알프스 조난사고 생환자 29∼30일 일본 나가노(長野)현 중앙알프스 등반사고때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돌아온 박혜재(62·사진)씨는 31일 인터뷰에서 처절했던 당시 상황을 회고하면서 자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돌봤던 동료 등반객 박인신(70)씨가 사망한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연합뉴스
한국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 나가노(長野)현 ‘중앙 알프스’(기소<木曾>산맥) 조난 사고 당시의 상황이 생환자의 육성을 통해 공개됐다.

◇출발 1시간 만에 기상 급격히 악화 = 생환자 이상관(69)씨에 따르면 일행 20명은 28일 중앙알프스의 우쓰기다케(空木岳·2천864m)를 거쳐 중간의 ‘기소도노(木曾殿)산장’에서 1박한 후 29일 아침 6시께 호켄다케(寶劍岳·2천931m)의 ‘호켄산장’을 향해 출발할 당시만 해도 비가 오긴 했지만 심하지 않았고 안개가 낀 상태였다.

같은 산장에 묵었던 70∼80명 중 다른 팀들이 모두 출발한터라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발길을 옮겼다고 한다.

그러나 등반을 시작한 지 불과 1시간만에 악몽같은 상황으로 변했다.

이씨는 “갑자기 비바람이 불어 닥치는데 비도 너무 많이 왔고 바람도 너무 셌다”며 “바람이 얼마나 셌냐하면 걸을 수 없는 정도였다. 보조 스틱이 있어야 걸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등반자들은 날씨 변화에 대비해 나름대로 옷을 충분히 준비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때문에 저체온증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른 일행이 옷을 벗어주기도 하고, 배낭에 있던 여벌의 옷을 건네 주기도 했다. 그러나 옷이 대부분 비에 젖는 바람에 보온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없었다.

안개때문에 시야도 10m 정도에 불과했기에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거나 하산길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이씨는 전했다.

◇베테랑들에게도 힘들었던 등산로 = 이번 등반팀의 나이는 48∼78세로 많았지만 상당수가 히말라야 등 고봉들을 숱하게 경험한 베테랑 등반자들이었다.

일본의 남 알프스와 북 알프스를 다녀온 이들도 몇몇 있었다. 역시 오랜 등반 경력의 소유자인 이씨는 그러나 이번 산행길이 “그렇게 험할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험한 구간에 사다리 등 보조장치도 별로 없었고, 이정표에도 다른 지점과의 거리가 표시돼 있지 않아 지도만으로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등산로에 정통한 주민 기타지마씨는 이번에 한국인 등산객들이 택한 등산로는 험한데다 표지판 등이 부실해 길을 잃기 쉬운 탓에 호켄다케로 가는 길 중 가장 어려운 길로 꼽힌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조난사고가 여러건 발생했다고 소개했다.

결국 등산로에 대한 상세 정보가 부족했고, 현지인 가이드도 없었던 점이 사고의 중요한 원인이 됐던 셈이다.

◇고립·조난·사망 경위 = 노인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데다 날씨까지 나빠 출발때부터 일행 20명이 일렬로 대오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이씨는 소개했다. 이 때문에 예정한 호켄산장에 올라간 8명과 자력으로 하산한 2명, 무인 대피소로 피신한 4명, 전날 머물던 산장으로 되돌아간 1명 등으로 길이 엇갈렸고, 탈진하거나 부상해 거동이 어려워 대열에 끼지 못한 이들도 속출했다.

초반부터 악천후 속에 뒤처지는 사람이 나오자 이씨는 도중에 ‘기다렸다가 모여서 같이 출발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날씨가 “1∼2분을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추웠다”고 이씨는 전했다.

결국 일부는 이동하고, 일부는 처진 사람들이 올라오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조난자가 생기고 말았다.

사망자 중 박인신(70)씨는 등반 도중 부상으로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되면서 히노키오다케(檜尾岳·2천728m)와 호켄다케 사이의 등산로에서 가장 먼저 낙오했다.

박혜재(62)씨가 29일 오후 4시께 박인신씨를 발견한 뒤 이튿날 오전 5시께까지 곁을 지키며 추위, 허기와 사투를 벌였지만 끝내 박인신씨는 목숨을 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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