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토막살인 박춘풍, 뇌 영상보니 충격

동거녀 토막살인 박춘풍, 뇌 영상보니 충격

입력 2015-12-22 17:50
수정 2015-12-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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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두엽 손상…사이코패스는 아니다”

“범행 당시 (범인이) 정상적으로 사물을 변별할 수 있었을 것이란 게 의학적 소견입니다.”
 ‘수원 팔달산 토막 살인 사건’의 범인 박춘풍(56)씨의 뇌 영상 촬영을 진행한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연구소 교수는 22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상준)가 진행한 공판에서 “(박씨가) 사이코패스나 반사회성 인격 장애로는 진단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구조적 자기공명영상’(sMRI) 기법으로 촬영한 박씨의 뇌 자기공명영상을 3차원 영상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뇌의 앞부분인 전두엽의 전전두엽에 손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과 죄책감이 결여돼 극단적인 자기 중심성을 표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이코패스의 뇌는 사회적 행동과 도덕성에 관여하는 전두엽이 일반인에 비해 덜 활성화돼 있다는 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다.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 교수는 “피고인 박춘풍의 뇌 손상이 인지 행동과 정신 장애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25~50% 정도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전체적으로 사이코패스의 역치를 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공판기일에는 조은경 한림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박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PCL-R) 검사 결과 고위험 사이코패스 기준보다는 낮은 점수가 나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살인범 재판에서 처벌 형량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살인범의 뇌 영상 감정을 시도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경기 수원시에서 동거녀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범행 이후에는 성 매수까지 했다.
 하지만 박씨 측이 “무기징역은 부당하다”고 항소하면서 사이코패스인지를 놓고 논쟁이 붙었다. 박씨 측 국선변호인은 “박씨가 PCL-R 기준치를 넘어서지 않았는데도 사이코패스로 판정받아 1심에서 사회적으로 영구 격리되는 처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어렸을 때 사고로 넘어지면서 오른쪽 눈을 다친 상태다. 박씨 측은 ‘의안’을 오랫동안 사용해 뇌를 다쳐 분노 제어 능력이 떨어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박씨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판정을 받으면 향후 선고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사이코패스로서의 살인이 아니라 일시적인 분노 장애 상태에서의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살인죄의 형량은 5년~사형이지만 상해치사죄는 3년~무기징역이다. 박씨 측 변호인은 “박씨를 사이코패스로 몰아간 1심과는 다르게 판결할 사정이 생긴 만큼 향후 선고는 박씨에게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검사에서 주목받았던 기능적 자기공명뇌영상법(fMRI)은 박씨에게 시행되지 않았다. fMRI는 뇌가 활동할 때 혈류 안의 산소 소모량 차이를 측정해 사람의 의식과 감정 변화에 따른 두뇌 반응을 검사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사이코패스 진단의 보조 자료로 활용하려 했지만 박씨가 연습 과정에서 익숙하지 못해 시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2심 선고 공판은 오는 2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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