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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월과 광주 5월이 만나는… 오월걸상과 사월걸상에 걸터 앉다

제주 4월과 광주 5월이 만나는… 오월걸상과 사월걸상에 걸터 앉다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3-05-17 13:23
업데이트 2023-05-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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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앞두고 서귀포시청 인근에서 6호 오월걸상 제막식
이종우시장 “평범한 형태로 쉴 수 있는 의자로” 제작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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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와 인권연대는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서귀포시청 청사 동측 하영올레 출발지 인근에 6호 오월걸상과 사월걸상이 설치돼 제막식을 가졌다. 서귀포오월걸상위원회 제공
서귀포시와 인권연대는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서귀포시청 청사 동측 하영올레 출발지 인근에 6호 오월걸상과 사월걸상이 설치돼 제막식을 가졌다. 서귀포오월걸상위원회 제공
광주 금남로에서 약 200여㎞ 떨어진 서귀포 시청에 광주의 그날을 기억하는 ‘오월걸상’(1980.5.18~5.27)과 제주의 그날을 기억하는 ‘사월걸상’(1947.3.1~1954.9.21)이 만나 하나가 됐다.

서귀포시와 인권연대는 17일 오전 서귀포시청 인근에 5월(5·18)과 4월(4·3)의 연대를 상징하는 조형물 오월걸상과 사월걸상 제막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 시민들이 걸상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을 위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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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쌈지공원에 2018년 설치된 1호 오월걸상에 이어  2호 목포역 광장(2018년 5월18일), 3호 명동성당 앞 (2019년 5월19일), 4호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2020년 5월 12일) 5호 경기도청 시민 쉼터(2020년 5월14일)에 설치된 제각각 다른 모습의 오월걸상들. 인권연대 제공
부산쌈지공원에 2018년 설치된 1호 오월걸상에 이어 2호 목포역 광장(2018년 5월18일), 3호 명동성당 앞 (2019년 5월19일), 4호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2020년 5월 12일) 5호 경기도청 시민 쉼터(2020년 5월14일)에 설치된 제각각 다른 모습의 오월걸상들. 인권연대 제공
인권연대는 5·18광주민주항쟁의 정신을 전국화, 현재화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7년부터 ‘오월걸상’ 설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의 기억을 기념관이 아닌 시민의 일상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도록 걸상으로 형상화한다. 말 그대로 1980년 5·18의 정신을 담은 상징물이다.

실제로 시민들이 걸상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을 위한 자리이자, 역사 기억공간을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인권연대가 시민의 자발적 기부와 참여에 의해 만들어가는 사업이다.

광주라는 공간에 갇히지 않고 5월을 불러낸다. 1호 오월걸상은 2018년 1월 15일 부산 롯데백화점 인근 쌈지공원에서 첫 공개됐다. 이후 2호 목포역 광장(2018년 5월18일), 3호 명동성당 앞 (2019년 5월19일), 4호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2020년 5월 12일), 5호 경기도청 시민 쉼터(2020년 5월14일)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그날을 성찰하며 누군가의 쉼터로, 누군가의 기억으로 걸터 앉아 있다.

# 평화와 햇살이 머무는 뜨락에 앉아 그날을 기억하고 함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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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청 인근에 설치된 오월걸상 바닥 모습. 서귀포오월걸상위원회 제공
서귀포시청 인근에 설치된 오월걸상 바닥 모습. 서귀포오월걸상위원회 제공
특히, 이번에 서귀포시에 설치되는 6호 오월걸상은 제주 4·3과 광주 5·18의 연대를 위한 취지에서 제주 4·3유족회가 참여해 ‘제주의 사월과 광주의 오월이 만나고 함께 하다’ 라는 주제로 만들어져 의미를 더했다. 제주의 4월과 광주의 5월은 늘 항상 먹먹한 아픔이어서 서로 보듬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여섯번째로 제주 서귀포 시청 동측(하영올레 출발지)에 설치된 오월걸상과 사월걸상도 각각 3개가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다. 강용훈 서귀포시 오월걸상위원장은 “이종우 서귀포 시장이 직접 나서서 제주 4·3과 5·18 정신을 연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단순하고 심플한 의자여서 ‘오월걸상’ 인가 하고 갸웃거려질 수도 있지만, 이 시장은 시민들이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일상적인 의자였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며 “도드라져 시선을 붙잡는 조형물이 아닌, 평범한 모양으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의자 형태로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런 평범한 걸상이 5월정신과 더 어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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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희생자유족회 서귀포시지부와 서귀포시오월걸상위원회는 17일 서귀포시청 동측 시민쉼터 공간을 ‘평화의 햇살이 머무는 뜨락’으로 조성하고 ‘제주4·3과 오월 걸상 제막식’을 열고 있다. 서귀포시 제공
제주4․3희생자유족회 서귀포시지부와 서귀포시오월걸상위원회는 17일 서귀포시청 동측 시민쉼터 공간을 ‘평화의 햇살이 머무는 뜨락’으로 조성하고 ‘제주4·3과 오월 걸상 제막식’을 열고 있다. 서귀포시 제공
조금 다른게 있다면 근처 무인발급기 가림막에 김영훈 작가가 흩날리는 동백꽃을 그리고 ‘제주의 사월과 광주의 오월, 기억하고 함께하다’란 글귀를 새겨 넣은 점이다. 동백꽃이 흩날리는 중간에 오월어머니도 보인다. 그리고 수줍은 듯, 새겨진 ‘평화와 햇살이 머무는 뜨락’이라는 작은 글씨가 가슴에 훅 박힌다.

한편, 전국 각지의 이 조형물엔 공통적으로 ‘오월걸상 1980.5.18 – 5.27’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 외엔 아무런 표식도 없이 저마다 다른 형태와 다른 글귀를 담은 오월 걸상들이 1980년 5월 18일에서 27일까지의 격렬했던 그 때 그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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