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제 꿈은 연예인이에요”

[교육칼럼] “제 꿈은 연예인이에요”

입력 2010-02-16 00:00
수정 201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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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별 생각 없이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 역사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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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만 한림연예예술고 교장
이현만 한림연예예술고 교장
그 때 한쪽에서 아이들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봤다. 초겨울쯤으로 날씨가 제법 추웠을 때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때 아이들이 추던 춤은 비보잉이었다. 바닥이 제법 차가웠을테지만, 아이들은 아랑곳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자기들끼리 한참을 웃고 즐기면서 말이다.

몇 해 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아이들의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연예인·댄서·배우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대부분은 그냥 단순히 장래희망으로 끝이 나지만, 적지 않은 수의 아이들이 실제로 그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의 대부분은 학교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동대문·압구정·강남 등지를 가면 그 곳에 연예인·댄서·배우 등을 지망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있다. 어른들이나 사회는 그들을 단순히 ‘놀기 좋아하는 청소년’, 때로는 ‘학교에 적응 못 하는 부적응 학생’이라고 낙인찍는다. 그러나 그 청소년들은 이른바 ‘끼’가 충만한 아이들이다. 남과는 다른 재능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이다. 다만 아직까지 그들을 위한 교육의 터전이 없기 때문에 학교를 벗어나 다른 곳에서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 우리 어른들의 의무에 대해 되짚어 보게 된다.

재능을 갖고 있는 청소년에게 다양한 교육 터전을 제공하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다. 그 안에서 보다 건강하고, 진취적이고, 희망적으로 그들의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우리 아이들은 그 숫자만큼 다양한 꿈과 장래희망을 갖고 있다. 그런데 교육은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만을 공부라고 한다. 다양한 꿈을 위한 노력은 공부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양한 꿈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청소년들을 공부하지 않는 청소년이라 너무나도 쉽게 낙인찍는다.

최근에는 한류열풍이나 비보이팀의 세계대회 우승 등에 힘입어 사회적 인식이 많이 변한 것도 사실이다. 청소년들의 꿈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부모도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의 교육의 장으로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학교의 변화는 더디다.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개인의 노력이 너무 쉽게 벽에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좌절하는 꿈들이 참으로 많다. 그렇게 좌절되는 꿈들이 안타깝고 아깝다.

이제 학교가 변해야 할 때이다. 다양한 아이들의 꿈만큼이나 다양한 학교가 생겨나야 한다. 더 이상 우리의 소중한 청소년들이 차가운 지하철 역사 바닥에서 춤을 추지 않고, 학교를 벗어난 다른 곳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며 힘들어하지 않도록 그들의 꿈을 위한 다양한 학교가 있어야 한다.

최근 청소년들의 재능에 꼭 맞는 학교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 학교들이 많지 않지만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학교를 포기하고 차가운 지하철 역사에서 춤을 춘다. 그 과정에서 오는 어려움과 좌절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자책하고 꿈을 포기한다. 더 많은 어른들이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하루 빨리 모든 청소년들이 “저는 제 꿈을 위해 이 학교에 입학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이현만 한림연예예술고 교장
2010-02-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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