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등 6개 대학 논술, 선행학습문제 출제

건국대 등 6개 대학 논술, 선행학습문제 출제

입력 2014-03-18 00:00
업데이트 2014-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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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수도권 13개 대학 분석

2014학년도 서강대 자연과학부/전자공학계 수시 논술에서 출제된 문항은 대학 교재인 김응태·박승안 공저의 ‘정수론’과 오정환·이준복 공저의 ‘정수론’ 문제에서 인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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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자연계 논술시험에서는 함수열 기호로 fk가 활용됐는데, 이 기호는 고교 과정에선 다루지 않고 대학 해석학개론에 나온다. 연세대 자연계 수시 논술에서는 또 생명과학 분야에서 유전법칙을 다뤘는데, 고교 수준인 ‘멘델의 유전법칙’에서 확장된 유전자 발현상 다양한 경우의 수를 모두 알아야 정확하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

결국 고등학교 생명과학만 공부한 학생들은 아무리 종합적으로 사고해도 사고의 확장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혀 간단한 답안만 내게 되고, ‘선택적 유전자 발현 조절’이나 ‘상위/하위 유전자’와 같은 대학에서 배우는 개념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유창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공개한 ‘2014학년도 서울 등 수도권 주요 대학 논술 분석’ 결과를 뜯어보면 이처럼 고교에서 익힌 개념만 활용할 때에는 난제이던 문제가 대학 수준의 개념을 알면 쉽게 풀리는 문제로 탈바꿈하는 형태의 수시 논술 문제가 대거 적발됐다.

사걱세 측은 17일 “서울의 13개 대학 분석 결과 고교 과정을 넘은 대학 과정 출제율은 지난해에 비해 6개 대학에서 증가, 6개 대학에서 하락, 1개 대학에서 유지로 나타났다”면서 “주요 대학 중 상당수가 여전히 변화에 미온적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전년에 비해 대학 과정 출제율이 높아진 6개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중앙대, 한양대 등이다. 서울권 주요 대학에 속하는 이들 대학 모두는 지난해 교육부가 선정한 ‘2013년 대학의 입학사정관 역량강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수천만~수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올해에는 이 제도가 확대, 개편된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이 추진되는데 선행학습 문제 출제 지적을 받은 이 6개 대학도 지원 대상에 여전히 포함될 가능성이 높게 관측된다. 교육부가 올해 지원사업 심사에서 전년도에 선행학습을 필요로 하는 문항을 출제했는지 여부에 무게를 두고 보기보다 ‘2015학년도 모집요강’에 주력해 평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달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선행학습 금지법)이 제정돼 대입에서 고교 수준을 벗어난 문항 출제를 금지한 조치는 대학들의 출제 관행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사걱세 측은 전망했다.

문제는 대학이 고교 수준을 넘는 문제를 출제했을 때 조속한 검증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사걱세 측은 “13개교의 문항을 분석하는 데 고교에서 해당 과목을 가르치는 60여명의 현직 교사, 대학 강사, 관련 분야 박사 등이 참가했다”며 “한 대학교 문제를 분석하는 데 평균 5~7명이 참여했고, 1차와 2차 검증을 하는 데 40일 이상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행학습 금지법에 따라 2015학년도에는 대입 문항에 대해 선행학습 영향평가가 이뤄지게 된다”면서 “교육 당국은 단기적으로 고교 교육 과정을 벗어난 대학 시험을 규제해 나가야 하지만, 조만간 대학별 논술고사를 폐지하고 고교의 자체 논술평가를 토대로 한 대학입학전형을 도입해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4-03-1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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