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배설물에 나무들 말라 죽어…대책 ‘난감’

철새 배설물에 나무들 말라 죽어…대책 ‘난감’

입력 2014-03-20 00:00
업데이트 2014-03-2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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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파괴 우려” vs “자연 섭리에 맡겨야”

“철새를 보호해야 하나, 죽어가는 나무를 살려야 하나.”

봄을 맞아 번식을 앞둔 철새들이 찾아오면서 철새 서식지의 나무들이 말라죽어 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춘천시 동면 만천리 백로·왜가리 서식지는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수백 마리의 백로들이 나뭇가지로 둥지를 만들며 번식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새들이 날아든 서식지의 30∼50년생 소나무들은 줄기만 남긴 채 앙상하게 말라죽어 인근의 울창한 소나무와 대조를 이뤘다.

시민 김주영(춘천시 소양로) 씨는 “최근 사람이 많이 왕래하고 새로운 길까지 뚫리면서 새들이 산 위쪽으로 올라오고 있다”면서 “새의 배설물 때문에 나무들이 말라죽어 미관상 좋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소나무는 철새 배설물에 내성이 강해 그나마 견디는 편이지만 다른 더 나무들은 취약하다.

겨울철 상고대로 유명한 소양강 하류에는 최근 서해 무인도에 살던 민물 가마우지 수백 마리가 모여들면서 버드나무들이 최근 4∼5년 사이에 앙상한 줄기만 남긴 채 고사했다.

피해 지역은 민물 가마우지가 주변의 버드나무 군락지로 옮겨가면서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관광객 강기융(서울 강북구)씨는 “가마우지가 서식하면서 자연이 많이 훼손된 것 같다”며 “새들의 배설물로 생태가 파괴돼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당국이나 환경 전문가는 아직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새의 배설물 때문에 나무들이 말라죽는 것이 현실이지만, 인위적인 대책은 자칫 새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원 강원자연환경연구소 소장은 “민물 가마우지는 10여년 전만 해도 서해 무인도에서 주로 번식을 했는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의암호까지 올라왔다”면서 “가마우지의 배설물 속에 들어 있는 인 성분 때문에 버드나무가 견디지 못해 죽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새를 보호해야 할 것인지, 나무를 보호해야 할 것인지 고민스럽다”며 “새들이 나무에 오지 못하게 인위적으로 망을 씌우거나 포 소리를 내면 오히려 새들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일단 자연의 섭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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