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닥터] 병보다 더 큰 고통 ‘근심’

[굿모닝 닥터] 병보다 더 큰 고통 ‘근심’

입력 2010-11-08 00:00
수정 201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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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일이다. 진료실에서 60대 부부를 맞았다. 일주일 전에 실시한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왔다.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날, 필자는 다른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였던 까닭에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차트를 펴봤던 모양이다. 그런데 갑자기 부인이 울기 시작했고, 남편 얼굴도 사색이었다. 놀란 필자가 왜 그러시느냐고 묻자 그는 “우리 남편 암이 맞군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나의 표정 때문에 오해한 것이다. 놀란 나는 상황을 설명하고, 암이 아니라 전립선 비대증이라는 결과를 전했다. 부부는 그제야 얼굴을 펴며 “조직검사 후 지금까지 온갖 생각을 다했노라.”고 털어놨다.

어디 이들만 그렇겠는가. 암이나 다른 질병이 의심되어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괴로움은 형언하기 힘들다. 그 후부터 필자는 조직검사 결과를 통보하는 날이면 미리 검사 결과를 확인한다. 밝은 얼굴로 환자를 맞는 것도 습관이 됐다. 또 필자의 병원에서는 검사시스템을 개편, 환자가 아침에 조직검사를 하면, 저녁에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환자들의 마음 고생을 많이 덜어주고 있다.

병보다 더 큰 고통이 근심이다. 그런 근심을 덜어줄 수 있는 의사들의 작은 노력들이 곧 환자들의 편안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실효적 방법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삶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인데 환자와 가족들이 검사 결과 때문에 일주일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불안한 생활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힘겨운 일임에 틀림없다.

암 등 전립선 질환의 경우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검사)를 통해 간단하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PS가 4 이상이면 암 가능성이 25%, 10 이상이면 50%, 100 이상이면 거의 100% 암이라고 본다. 따라서 의료진이 마음만 먹으면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그걸 위해 노력하는 의료인의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이형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비뇨기과 교수

2010-11-0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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