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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0년 새 변호사 2배 늘고, 수임은 월 1건…밥벌이 경쟁에 전문성 ‘뚝’

[단독]10년 새 변호사 2배 늘고, 수임은 월 1건…밥벌이 경쟁에 전문성 ‘뚝’

박상연 기자
박상연, 강윤혁 기자
입력 2023-05-03 18:33
업데이트 2023-05-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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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사건은 월평균 0.16건 불과
송무 접고 등기·기업 자문 눈돌려
민사 ‘나홀로 소송’ 정착 영향 커
플랫폼 통한 일회성 수임도 급증

전문성 키울 기회 얻기 힘든 구조
결국 염가 전쟁에 서비스 질 하락
공급 균형·개업변호사 지원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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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새 변호사 수가 두 배로 늘었지만 사건 수임은 ‘월평균 1건’으로 반토막 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소로펌이나 개인 변호사들이 주로 맡는 소액 사건은 월평균 0.16건으로 크게 줄었다. 대형 로펌 외에는 변호사 대다수가 송무(소송 관련 업무) 경험을 쌓아 전문성을 키울 기회를 얻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3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에 따르면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 수는 2013년 1만 408명에서 2021년 1만 9618명으로 늘었다. 반면 변호사 1명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같은 기간 2.05건에서 1.10건으로 떨어졌다.

이 가운데 ‘3000만원 미만’ 소액 사건의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13년 0.42건에서 2021년 0.16건으로 3분의 1가량으로 급감했다. 법률시장이 대형 로펌 위주로 재편된 가운데 소규모 로펌과 법률사무소의 변호사들은 ‘밥벌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에는 법무사가 주로 맡았던 등기 업무에 뛰어드는 변호사가 급증했다. 변호사가 맡은 월평균 등기 업무는 2013년 0.29건에서 2021년에는 0.52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변회는 전국 지방변호사회 단체 중 최대 규모로 전체 개업변호사 75.3%가 등록돼 있다. 서울변회의 통계를 대한민국 변호사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표라 봐도 무리가 없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평균 수임 건수의 감소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배출되며 경쟁이 심화됐다는 것 외에 ‘나홀로 소송’의 정착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액 사건의 경우 변호인 없이 혼자 전자소송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수임 건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민사사건 10건 중 7건가량(68.1%)은 소송 당사자들이 직접 진행한 나홀로 소송이었다. 6년차 도진수 변호사(청백 공동법률사무소)는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 법률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소액 민사는 변호사들이 수임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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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나홀로 소송’ 웹페이지 화면 캡처.
법원 ‘나홀로 소송’ 웹페이지 화면 캡처.
법률 플랫폼 서비스를 통한 1회성 단건 수임도 주요 이유로 거론된다. 도 변호사는 “법률 플랫폼을 통해 맡은 사건들은 오래 가지 않는 단건성이 많다. 사건을 잘 처리해 의뢰인이 다른 의뢰인을 소개해주는 ‘고리’가 단절되면서 변호사들도 전문성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임 건수가 저조한 변호사들은 법원 인근 공유 사무실에 공간을 빌려 혼자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한다. 사무직원 없이 직접 재판 준비, 기록 열람, 자료 복사 등을 처리하는 것이다. 업무가 몰릴 때는 플랫폼을 통해 ‘기록 복사 일일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개인 변호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송무 분야를 포기하고 기업 소속 변호사로 들어가 자문을 맡는 변호사들이 많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 변호사 수는 많아졌지만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법률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김정욱 서울변회 회장은 “국가가 자격 면허를 통해 서비스 품질과 공급 등을 엄격히 통제하는 이유는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면서 “지금처럼 ‘닫힌 변호사 시장’에서 단기간에 변호사가 과잉 공급될 경우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1인 개업 변호사들의 송무 업무를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국가 차원의 ‘법조인력 수급체계’가 로스쿨 도입 취지에 걸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박상연·강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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