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보이스피싱 수법 활개
‘무료 상품 체험’ 소비자 인기 악용
직원 사칭해 개인정보 등록 유도
물품비 명목 선입금 요구해 탈취
온라인 쇼핑몰 애용 젊은층 노려
하지만 상대방이 보낸 링크는 처음 보는 쇼핑몰 주소였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김씨는 더이상 응대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김씨는 쿠팡 고객센터에 확인한 후에야 보이스피싱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보이스피싱범이 정말 일반 고객 상담 직원처럼 친절하게 설명해 깜박 속을 뻔했다”고 말했다.
최근 쿠팡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리뷰체험단을 사칭한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과거 중앙지검 검사, 가족을 사칭해 돈을 입금하도록 유도했던 수법과 달라진 양상을 보인다. 고령층이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을 애용하는 젊은층을 노린 점도 눈에 띈다. 검찰도 이커머스 업체 사칭 등 보이스피싱 수법이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점을 포착하고 수사를 펼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쿠팡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들이 흔히 쓰는 수법은 리뷰체험을 미끼로 피해자들에게 먼저 카카오톡에서 친구 추천을 하라고 유도한 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특정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고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등록된 개인정보를 각종 소액대출, 금융사기에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혹은 체험 물품비 명목으로 선입금을 유도하며 돈을 가로채는 수법도 쓰고 있다.
피해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들은 “○○○씨 맞느냐”고 실제 전화번호 주인의 이름을 확인하며 고객센터에서 연락한 척했다고 한다. 어눌한 조선족 어투를 쓰는 과거 보이스피싱범들과 달리 표준어를 구사하며 고객센터 직원처럼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젊은층을 노린 리뷰체험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은 쿠팡 사용자가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다. 유료 멤버십 회원만 지난 1년간 27% 증가해 1400만명에 달한다. 게다가 쿠팡에서 직접 리뷰체험단을 선정하는 만큼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으면 깜박 속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보이스피싱범들은 무료로 상품을 받아 써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최근 알뜰한 소비자 사이에서 리뷰체험단의 인기가 높다는 점도 노렸다. 이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40대 박모씨도 “실제 쿠팡 유료 회원이라 본사에서 연락한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쿠팡은 리뷰체험단 모집은 문자메시지로만 알릴 뿐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하지 않는다며 주의해 달라는 공지를 하고 있다. 쿠팡은 공지문을 통해 “쿠팡을 사칭하는 사이트를 제작해 이메일, 문자를 발송하거나 임직원을 사칭해 사기 등 불법행위를 시도하는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을 받는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검찰은 보이스피싱 범죄 엄단을 내세우며 신종 수법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수민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은 “확인되지 않은 링크가 문자메시지로 온다면 어떤 것이라도 클릭해서는 안 된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2024-03-13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