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금 지불했으니 추가 배상 못해” vs“120만원 손해 발생, 더 지불해야”
지난해 11월 27일 폭설이 내린 가운데 서울의 한 도로가 정체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말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와인바에는 매장을 통으로 빌리는 이른바 ‘통대관’ 예약이 잡혀있었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한 부서가 송년회를 위해 25명 가량을 예약한 것이었습니다. 이 부서는 80만원 상당의 음식과 와인 12병 등도 미리 주문해뒀습니다.
문제는 전날 내린 폭설 때문에 생겼습니다. 예약일 전날인 27일은 11월 기준 서울에 117년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이었습니다. 이에 이날 회사 측은 매장에 전화해 “폭설로 인해 내일 못 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다음날로 날짜를 바꿀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매장 측은 이미 음식은 물론 회사 측이 요청한 레터링(식기 등에 문구로 장식하는 것) 등이 준비돼 있고, 다음날은 다른 예약이 있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회사 측은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예약일 당일 아침, 매장에는 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회사 측은 “눈이 와서 회사 공지 등에 따라 팀 인원의 절반만 출근한 상황”이라며 예약금 30만원을 포기하고 취소하겠다고 알렸습니다.
매장 측은 “미리 주문한 음식만 30여 개로, 미리 준비해야만 가능해 이미 준비돼있는 상황”이라며 “단체 대관에 따라 부족한 기물 등을 추가로 구매한 비용 등의 손해까지 따지면 12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예약금 외에 최소한의 원가비를 좀 더 지불했으면 좋겠다”고 전달했습니다.
회사 측은 ‘예약금’의 취지를 들어 추가 비용을 배상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이어 관련 규정에 따르면 ‘예약금은 이용금액의 10%’라며 예약금 중 선주문 150만원의 10%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인 15만원을 오히려 돌려받아야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회사 측이 근거로 든 규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약금에 관한 권고사항이라 매장이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해당 와인바는 소송을 검토하다 연말 혼잡한 매장 상황에 따라 법적 분쟁을 포기하면서 잠정 종결됐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노쇼(no-show)’ 관련 분쟁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자영업자들은 소비자와의 신뢰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예약 플랫폼 등에 사전 공지를 하는 등 대비책을 세울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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