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법개정’ 오락가락…화교들 뿔났다

‘국적법개정’ 오락가락…화교들 뿔났다

입력 2010-02-16 00:00
수정 2010-02-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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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出爾反爾;출이반이)하면 장사꾼도 ‘얄팍한 상술’로 비판받는 법인데 국가정책이 어떻게 신뢰를 얻겠습니까?”(주한 화교 언론인)“이런 것만 봐도 한국은 아직 열린사회가 아닌 것 같습니다.”(탄다오징 서울교대 중국어 담당 교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6일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에 상정된 국적법 개정안 등 법안 심의에 들어간 가운데 주한 화교사회는 우리 정부가 복수국적 부여 대상에서 화교를 제외 → 포함 → 제외 로 입장이 수 차례 바뀌자 격앙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15일 서울 명동의 달마 불교회 사당(廟宇.묘우)인 거선당(居善堂)문화회에 모인 화교들 다수는 “한국정부가 우리에게 국적을 주겠다고 약속,한껏 들뜨게 해놓고 이제와서 딴 소리를 한다”고 성토했다.

 한성화교협회의 양충셩(楊從昇) 회장과 우쉐빈(吳學彬) 감사장(監事長) 등 간부들은 행사 종료 후 3층 사무실에 모여 법무부의 ‘국적법 개정’ 추진과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했다.이 자리에서 “만만하게 보였다는 반증이다” 또는 “우리가 한국에 큰 득이 되지 못하나?” 식의 한탄과 낙담이 이어졌다.

 양 회장은 “지난해 봄과 가을 정부 요로에 회원들의 복지혜택 등 현안해결을 위해서라도 한국 국적이 꼭 필요하다고 청원했고 한국정부가 이를 수용,전향적인 입장(국적 부여)을 발표해 화교들에게 그대로 통보했는데 끝내 없었던 일이 돼 버려 화교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산둥성 출신의 4대 화교로 그 동안 청와대와 법무부 등을 상대로 복수국적 부여 운동을 펼쳐온 우쉐빈 감사장은 “무수한 탄압과 배척을 받아온 우리들로서 차별 철폐,복지혜택 누리기,정치적 권리(참정권) 신장 등 화교사회 현안을 일거에 해결해 줄 무기는 국적 취득뿐이다는 생각에 화교들을 설득해 연대서명 작업 등도 벌였는데...신뢰까지 잃을까 걱정이다”며 허탈해했다.

 삐커신(畢可信) 거선당문화회장은 “화폐개혁(1962년)과 차이나 타운 강제철거 등 화교들이 수난을 당한 사건이나 차별적인 화교정책은 과거 일로 치더라도 국적이 없어 지금 당하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국적 부여 소식에 우리는 한국사회가 덜 배타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환영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3개월마다 세금만 1천만원을 낸다는 삐 회장은 “휴대전화나 인터넷의 실명 가입이 잘 안되는 불편함은 참을 수 있지만 연간 수 백∼수 천만원씩 세금을 내며 살아온 화교 노인들이 연금 혜택은 커녕 지하철의 무료 이용도 안되고 장애인들도 장애인 수첩을 받지 못하는 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탄다오징(譚道經) 서울교대 중국어 담당 교수는 “화교는 언어뿐 아니라 한국·중국·대만적 사고방식을 모두 보유해 한국기업의 중화권 진출이나 협상에서 크게 공헌할 수 있다”며 현대·기아자동차의 쉐룽싱(薛榮興) 중국사업 담당 부회장과 탄다오훙(譚道宏) 부사장이 발탁된 것을 사례로 들었다.

 탄 팀장은 “중국과 교류에서도 중국에서는 한국인보다 화교를 더욱 신뢰하는 만큼 이들이 한국 기업이나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공헌할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16일 “지난해 11월 20일 간 입법 예고시 국민여론 및 관계부처와 의견 수렴 과정에서 화교 입영 대상자의 병역의무 기피시 일반 국민의 반감이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해 부득이 국적 부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국적 회복자의 경우 병역의무가 부과되지만 화교의 경우 국적 취득을 하면 귀화자 신분이 되고 ‘귀화자는 입대 여부를 스스로 선택’하게 돼 있는 병역법 규정으로 인해 입대를 원치 않는 사례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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