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참정권자 대상 ‘선거교육’ 절실
“이젠 어엿한 한국인입니다.주권을 포기할 수 있나요.꼭 투표할 생각입니다.”미얀마 출신으로 1994년 귀화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김하나(33.여)씨는 투표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씨의 미얀마 이름은 ‘뽀뽀’.
김씨는 지금의 한국인 남편을 만나 1994년 결혼과 함께 귀화한 뒤 ‘하나’로 이름을 바꿨다.부모가 지어준 예쁜 이름이지만,한국말 ‘뽀뽀’가 입맞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귀화 뒤 몇차례 선거를 치렀지만,한국의 투표방식은 너무 어렵다고 김씨는 푸념했다.
미얀마의 경우 당을 표시하는 그림 아래 빈칸에 표기를 하는 방식인데,한국은 투표용지에 이름과 기호 등이 적혀 있어 한참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에겐 아주 익숙한 방식이지만 외국인 또는 귀화한 이주민에겐 생소하기 때문이다.
미얀마 역시 칸을 벗어난 선거용지는 우리와 같이 무효 처리된다고 김씨는 소개했다.
특히 올해 ‘6.2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지역구 광역의원,비례대표 광역의원,지역구 기초의원,비례대표 기초의원,교육감,교육의원 등 유권자 한 사람이 무려 8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이 같은 ‘1인8표제’는 외국인은 물론 귀화한 이주민조차 헷갈리기 쉽다고 김씨는 지적했다.
김씨는 “현재 너무 많은 사람이 출마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이 같은 상황 속에 투표방식도 너무 복잡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과 귀화 이주민을 위해 관계기관에서 이번 선거 때 어떤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되는지 설명해주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씨는 결혼 이후 울산에서 살다가 2007년 남편의 직장을 따라 경기도 안산으로 이사해 현재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 통역지원센터에서 통역과 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
안산시 원곡동에는 무려 50여개국 1만6천여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이는 원곡본동 전체 주민 수 4만2천900여명의 37.5%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수에 버금가는 불법 체류자 등 미등록자까지 포함하면 거리를 오가는 3명 가운데 2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이 때문에 안산 원곡동은 ‘국경없는 마을’로 불린다.
2005년 8월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영주권을 취득한 뒤 3년이 지난 19세 이상 외국인은 지방선거에 참여해 투표를 할 수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의 경우 외국인은 국민이 아닌 지역주민 자격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 참여한 외국인 유권자는 6천579명으로,대만 출신이 6천511명,일본인 51명,미국인 8명,중국인 5명,독일인 2명,말레이시아인 1명,아일랜드인 1명 순이었다.
이번 6.2 지방선거에는 1만1천680명의 외국인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며 이 가운데 경기도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권자는 1천600여명이다.
이 가운데 한국의 선거문화를 경험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소중한 한 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후보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제공은 물론 투표방식 등에 대한 안내도 필요하다고 외국인 유권자들은 입을 모은다.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 이정민 계장은 “안산에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어 선관위와 협의해 이들에게 투표절차 등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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