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살피는 지방선거 후보 관심”
“이제 완전한 한국인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어느 선거 때보다 기대가 큽니다.”인터뷰하는 몽골인 문군체체그씨
2003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귀화한 몽골 출신의 문군체체그(32.여.대전시 서구 변동)씨가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6.2 지방선거에서 참정권을 행사하는 데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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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귀화한 몽골 출신의 문군체체그(32.여.대전시 서구 변동)씨에게는 90일 앞으로 다가온 ‘6.2 지방선거’가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번 지방선거가 참정권을 얻은 뒤 3번째 치르는 선거이지만,자신의 의지에 따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사실상의 첫번째 선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대선은 참정권을 얻은 뒤 처음 치른 선거였지만,선거의 의미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남편 손에 이끌려 엉겁결에 한 표를 던졌다.
그는 “당시 투표를 하기는 했는데 특별한 기억은 없다”며 “누구를 찍어야 좋은지 잘 알지 못한 채 투표를 한 것 같다”고 회고했다.
더구나 이듬해 4월 치러진 18대 총선은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느라 투표장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이란 나라를 어느 정도 이해한 상태에서 치르는 선거인 데다 실생활과 밀접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을 뽑는 선거여서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00년 여름 울란바토르에 있는 한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청운의 꿈’을 안고 한국에 온 그는 교회에서 만난 현재의 남편과 3년여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이들은 처음 만났을 때의 좋은 느낌을 사랑으로 키워갔고,‘다문화가정의 고통’을 우려한 양가의 반대도 국경없는 이들의 사랑을 막지는 못했다.
일곱살배기 아들과 네살배기 딸을 둔 문군체체그씨는 이제 자녀의 양육과 교육문제를 고민하고 남편의 건강을 걱정하는 한국의 평범한 가정주부로 위치가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모든 일을 자신의 삶 또는 가정과 연관지어 생각하고 있다.
그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다 보니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며 “지방선거 당일 일찍 일어나 남편의 손을 잡고 투표장으로 가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우리는 남들과 다른 다문화가정이다 보니 다문화가정과 어린이들의 양육.교육 문제에 각별히 관심을 갖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1인8표제’,즉 한 사람이 8장의 용지에 기표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단 한 장의 용지에 기표하는 것도 절차가 복잡해 부담스러운데 모두 8장의 용지에 기표를 하면 헷갈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8장의 용지에 기표를 한다고 하는데 머릿속에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며 “기표 시 혼선을 빚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잘 모르면 남편이나 시댁 어른한테 물어보면 되겠죠..”라며 몽골인 특유의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문군체체그씨는 한국도 몽골처럼 투표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몽골에서도 젊은층의 투표율이 너무 낮아 사회문제화되고 있는데 한국도 몽골 못지않은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저도 대학에 다닐 때 선거에 무관심해 투표를 하지 않은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했다’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며 “한국의 젊은이들이 동계올림픽에서 거침없이 금메달을 따는 등 무엇이든지 척척 잘하는 만큼 스스로의 권리를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문군체체그씨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문화가정의 당사자로서 정부와 정치권,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바람도 쏟아냈다.
그는 “한국에는 다문화가정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아직도 다문화가정이 생활하는데 불편하고 어려운 게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이를 위해 결혼이민여성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 확보와 아이들의 보육시설 확대 설치 등을 제안했다.
또 자녀들이 외가의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라고 있는 만큼 ‘다문화가정 자녀 외가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발음이 부정확한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한글교실’ 등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문군체체그씨는 “요즘 웬만한 가정은 맞벌이를 하는데 다문화가정은 그럴만한 여건을 갖지 못해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많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다문화가정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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