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디아나 존스’는 시험관·레이저 쓴다

요즘 ‘인디아나 존스’는 시험관·레이저 쓴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03-15 23:53
업데이트 2023-03-1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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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獨 연구팀 잇단 연구 결과 주목

화합물 분석 활용 ‘화학 고고학’
7~13세기 안데스 대제국 ‘와리’
도자기 제작·확산 방식 밝혀내

인류·사회학 결합 ‘생물 고고학’
초창기 인류·긴꼬리원숭이 석기
놀라울 정도로 유사함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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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고고학자라고 하면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린다. 파라마운트 제공
많은 사람이 고고학자라고 하면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린다.
파라마운트 제공
많은 사람이 ‘고고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여전히 영화 속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을 떠올린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유적 발굴 현장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고고학자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고고학자들은 실험실에 있는 과학자에 더 가깝다.

화학 고고학(고고화학)은 동위원소, 유기물·무기물·화합물 분석을 통해 유적의 진위 판별은 물론 기술 발전, 인간 활동, 식생활, 거주환경 등을 밝혀낸다. 생물학적 인류학, 사회학, 고고학을 결합한 생물 고고학은 과거 인류가 살았던 환경과 자원에 대한 분석, 병원체나 기후에 따른 삶과 죽음의 변화에 관해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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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고고학자들이 레이저와 화학 분석법을 이용해 페루 와리 제국 시절 도자기의 확산 방식을 밝혀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제공
최근엔 고고학자들이 레이저와 화학 분석법을 이용해 페루 와리 제국 시절 도자기의 확산 방식을 밝혀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제공
고고학 분야에서 선도적 연구를 하는 미국 필드 자연사 박물관과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이런 방법론으로 각각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놔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필드 자연사 박물관, 일리노이대, 노스캐롤라이나대 공동 연구팀은 7~11세기 남미 안데스산맥 일대에 있었던 대제국 ‘와리’ 시대에 도자기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어떻게 제국 전체로 퍼져 나갔는지 레이저 기술과 화합물 분석으로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고고학 분야 국제학술지 ‘고고과학 저널’ 3월 15일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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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와리 제국 시절 도자기. 페루 세로바울 고고학프로젝트 제공
페루 와리 제국 시절 도자기.
페루 세로바울 고고학프로젝트 제공
현재 페루 지역에 존재했던 와리는 7~13세기 안데스산맥과 해안을 따라 1600㎞ 이상 뻗어 나간 대제국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페루 전역의 와리 제국 시대 건물터와 무덤 등에서 발굴된 도자기 유적 일부를 레이저로 미세하게 긁어낸 다음 가루를 질량 분석해 도자기의 화학 성분을 조사했다. 거대한 제국이 도자기를 수도에서 만들어 지역으로 내려보냈는지, 도자기 제조 방식만 알려 주고 지역별로 생산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분석 결과 도자기의 형태는 모두 비슷하지만 성분은 제각각인 것으로 확인됐다.

패트릭 라이언 윌리엄스 일리노이대 교수는 “고대 로마 제국은 제국 전체가 공통적인 로마 스타일을 쓸 수 있도록 한곳에서 도자기를 만들어 퍼뜨리는 방식이었다면 와리 제국은 형태와 스타일만 통일할 뿐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방식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거대 제국은 지역별 자치권과 자율성을 인정해 주는 방식이 아니었다면 운영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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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고고학자는 유적지에서 발굴된 뼈나 유물로 고대인들의 거주환경을 밝혀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제공
생물 고고학자는 유적지에서 발굴된 뼈나 유물로 고대인들의 거주환경을 밝혀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제공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영장류 연구그룹, 미국 조지워싱턴대 인류 고생물학 고등연구소, 태국 쭐랄롱꼰대 공동 연구팀은 초창기 인류와 원숭이들이 만든 석기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런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3월 11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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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긴꼬리원숭이들의 돌 도구는 구석기 시대 인류가 사용한 석기의 형태와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제공
태국 긴꼬리원숭이들의 돌 도구는 구석기 시대 인류가 사용한 석기의 형태와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태국 팡아만 국립공원에 있는 긴꼬리원숭이들이 딱딱한 견과류나 과일 껍질, 조개류 등을 먹을 때 사용하는 돌 도구들을 모아 고인류의 석기와 비교했다. 그 결과 긴꼬리원숭이들이 사용한 돌 도구의 형태가 구석기 시대 인류가 사용했던 석기들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구석기 시대의 석기로 알려진 것들의 역사가 훨씬 더 오래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모스 프로피트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간 도구 사용의 기원과 진화뿐만 아니라 인류의 진화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2023-03-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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