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것도 기적인데 크라머까지 실격되다니...정말 기적 같은 일이에요”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 혜성같이 등장한 이승훈(22.한국체대)이 5,000m 은메달에 이어 10,000m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진정한 ‘장거리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이승훈은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치러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12분58초5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레이스 도중 코스를 잘못 바꾸는 바람에 탈락하면서 은메달이 될뻔했던 이승훈의 메달 색깔이 황금색으로 변했다. 크라머는 12분54초50으로 이승훈보다 4초 가량 빨랐지만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 실격 처리됐다.
이승훈은 “믿어지지 않는다. 같이 타는 선수가 신예여서 정보를 제대로 몰랐고 그냥 내 페이스대로 경기를 치렀다”라며 “올림픽 기록도, 크라머의 실격도 모두 기적 같은 일”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다음은 이승훈과 일문일답.
--금메달 소감은.
▲솔직히 어부지리 금메달 같지만 기분은 매우 좋다. 다음에 크라머와 제대로 붙어서 꼭 이기고 싶다.
--금메달 확정되던 순간의 느낌은.
▲짜릿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2위였다가 금메달로 바뀌는 순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꽃다발 세리머니를 할 때 은, 동메달 선수가 가마를 태워줬다. 굉장한 영광이었다. 이 선수들이 아시아 선수로서 처음 금메달을 따낸 나를 대우해준다는 느낌이었다.
--유럽 선수들에 비해 체격적으로 뒤지는데.
▲유럽 선수들은 크지만 그만큼 무거워서 체력 소모가 많다. 하지만 나는 키가 작지만 가볍다. 그래서 적은 힘으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체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완점이 있다면.
▲크라머는 역시 강한 상대다. 크라머는 장거리뿐 아니라 단거리에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단거리에는 약한 만큼 크라머와 같은 속도로 경기를 치를 수 있으면 재미있는 레이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앞조에 편성돼 부담은 없었나.
▲너무 일찍 레이스에 나서서 불리할 것 같았다. 너무 앞쪽 조여서 다른 선수의 기록을 보고 탈 수 없었서 걱정했는데 기록이 잘 나와서 다행이다.
--유럽 선수들을 제칠 수 있었던 비결은.
▲유럽 선수들은 다리 길이가 길어서 따라가기 쉽지 않다. 그럴수록 자세를 많이 낮춰야 하는 데 체력적 부담이 크다. 그래서 체력을 기르려고 지난여름 내내 스피드 지구력 훈련에 열중했다.
--크라머의 실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혀 모르고 있다가 크라머가 경기하던 도중 감독님이 ‘크라머가 실수한 것 같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크라머가 코스를 제대로 바꾸지 못했다. 그 이후부터 모두 잘못 탄 셈이 됐다. 그런 실수는 좀처럼 나오기 힘들다. 아직 한 번도 못 봤다.
--좋은 꿈을 꿨나.
▲아무 꿈도 꾸지 않았다. 잠은 잘 잤다. 5,000m 경기를 할 때 아버님이 ‘금메달을 눈앞에서 잡지 못한 꿈을 꿨다’라고 하셨다.(웃음)
--모태범과 이상화(이상 21.한국체대)가 어떻게 생각할 것 같나.
▲모태범과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서 내가 살짝 묻혔다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그런 게 더 큰 자극제가 됐다. 모태범도 크라머가 경기를 하던 도중 ‘너 금메달이다’라고 알려줬다. 주변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도움을 많이 줬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차이점은.
▲쇼트트랙을 타면 재미가 있다. 레이스를 펼치면서 없는 공간을 찾아들어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쇼트트랙을 타면 스피드스케이팅 훈련도 함께 된다.
쇼트트랙도 병행하고 싶지만 현재 상태라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도전하고 싶다. 두 개 다하려면 자칫 망가질 수 있다.
--올림픽 끝나고 하고 싶은 일은.
▲서울 거리를 활보하고 싶다. 사인 공세가 몰려오면 즐거울 것 같다.
--쇼트트랙 동료를 만나면 어떤가.
▲선수촌에서도 앞방이 쇼트트랙 선수들이다. 마주 칠 때마다 축하한다고 얘기해줬고 잘하라고 서로 격려해주고 있다. 아쉬운 것은 성시백(용인시청)이 부담을 갖고 있는데 잘했으면 좋겠다. 한국 빙상 모두 잘했으면 좋겠다.
밴쿠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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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 혜성같이 등장한 이승훈(22.한국체대)이 5,000m 은메달에 이어 10,000m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진정한 ‘장거리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이승훈은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치러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12분58초5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황금 승훈!
24일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미터 경기에서 이승훈이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플라워세리머니에서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가 무등을 태우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레이스 도중 코스를 잘못 바꾸는 바람에 탈락하면서 은메달이 될뻔했던 이승훈의 메달 색깔이 황금색으로 변했다. 크라머는 12분54초50으로 이승훈보다 4초 가량 빨랐지만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 실격 처리됐다.
이승훈은 “믿어지지 않는다. 같이 타는 선수가 신예여서 정보를 제대로 몰랐고 그냥 내 페이스대로 경기를 치렀다”라며 “올림픽 기록도, 크라머의 실격도 모두 기적 같은 일”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다음은 이승훈과 일문일답.
--금메달 소감은.
▲솔직히 어부지리 금메달 같지만 기분은 매우 좋다. 다음에 크라머와 제대로 붙어서 꼭 이기고 싶다.
--금메달 확정되던 순간의 느낌은.
▲짜릿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2위였다가 금메달로 바뀌는 순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꽃다발 세리머니를 할 때 은, 동메달 선수가 가마를 태워줬다. 굉장한 영광이었다. 이 선수들이 아시아 선수로서 처음 금메달을 따낸 나를 대우해준다는 느낌이었다.
--유럽 선수들에 비해 체격적으로 뒤지는데.
▲유럽 선수들은 크지만 그만큼 무거워서 체력 소모가 많다. 하지만 나는 키가 작지만 가볍다. 그래서 적은 힘으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체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완점이 있다면.
▲크라머는 역시 강한 상대다. 크라머는 장거리뿐 아니라 단거리에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단거리에는 약한 만큼 크라머와 같은 속도로 경기를 치를 수 있으면 재미있는 레이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앞조에 편성돼 부담은 없었나.
▲너무 일찍 레이스에 나서서 불리할 것 같았다. 너무 앞쪽 조여서 다른 선수의 기록을 보고 탈 수 없었서 걱정했는데 기록이 잘 나와서 다행이다.
--유럽 선수들을 제칠 수 있었던 비결은.
▲유럽 선수들은 다리 길이가 길어서 따라가기 쉽지 않다. 그럴수록 자세를 많이 낮춰야 하는 데 체력적 부담이 크다. 그래서 체력을 기르려고 지난여름 내내 스피드 지구력 훈련에 열중했다.
--크라머의 실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혀 모르고 있다가 크라머가 경기하던 도중 감독님이 ‘크라머가 실수한 것 같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크라머가 코스를 제대로 바꾸지 못했다. 그 이후부터 모두 잘못 탄 셈이 됐다. 그런 실수는 좀처럼 나오기 힘들다. 아직 한 번도 못 봤다.
--좋은 꿈을 꿨나.
▲아무 꿈도 꾸지 않았다. 잠은 잘 잤다. 5,000m 경기를 할 때 아버님이 ‘금메달을 눈앞에서 잡지 못한 꿈을 꿨다’라고 하셨다.(웃음)
--모태범과 이상화(이상 21.한국체대)가 어떻게 생각할 것 같나.
▲모태범과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서 내가 살짝 묻혔다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그런 게 더 큰 자극제가 됐다. 모태범도 크라머가 경기를 하던 도중 ‘너 금메달이다’라고 알려줬다. 주변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도움을 많이 줬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차이점은.
▲쇼트트랙을 타면 재미가 있다. 레이스를 펼치면서 없는 공간을 찾아들어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쇼트트랙을 타면 스피드스케이팅 훈련도 함께 된다.
쇼트트랙도 병행하고 싶지만 현재 상태라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도전하고 싶다. 두 개 다하려면 자칫 망가질 수 있다.
--올림픽 끝나고 하고 싶은 일은.
▲서울 거리를 활보하고 싶다. 사인 공세가 몰려오면 즐거울 것 같다.
--쇼트트랙 동료를 만나면 어떤가.
▲선수촌에서도 앞방이 쇼트트랙 선수들이다. 마주 칠 때마다 축하한다고 얘기해줬고 잘하라고 서로 격려해주고 있다. 아쉬운 것은 성시백(용인시청)이 부담을 갖고 있는데 잘했으면 좋겠다. 한국 빙상 모두 잘했으면 좋겠다.
밴쿠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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