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모비스 3년만에 챔프전 진출

[프로농구] 모비스 3년만에 챔프전 진출

입력 2010-03-27 00:00
업데이트 2010-03-27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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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1쿼터 시작과 동시에 이광재가 골밑 돌파를 시도했다. 김효범이 파울로 끊었다. 지난 1~3차전 내내 부진해 강동희 감독에게 질책받은 이광재였다. 포스트업을 거의 하지 않았었는데 이날은 초반부터 과감하게 골밑으로 쇄도했다. 양동근이 바로 모비스 선수를 불러 모았다. 어깨를 모으고 자그맣게 속삭였다. “광재가 오늘 적극적으로 나온다. 정신 잘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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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양동근이 26일 원주에서 열린 동부와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동료 선수와 손을 맞잡으며 기뻐하고 있다.  원주 연합뉴스
모비스 양동근이 26일 원주에서 열린 동부와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동료 선수와 손을 맞잡으며 기뻐하고 있다.
원주 연합뉴스
장면 #2 2쿼터 종료 1초 전. 애런 헤인즈가 공격자 파울을 선언받았다. 미심쩍은(?) 파울들이 많아 전반 내내 인상을 찌푸렸던 선수들이 폭발했다. 김동우는 심판에게 달려가 항의했다. 양동근이 다가와 슬며시 손을 잡아끌었다. 그러곤 심판에게 웃으며 애교섞인 눈짓을 보냈다.

26일 원주치악체육관에서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가 벌어졌다. 2승1패로 모비스가 앞서 있는 상황. 그러나 모비스는 내심 불안했다. 지난 시즌 기억 때문이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4강PO에서 삼성에 1승3패로 무너졌었다. 패기로 리그는 제패했지만 PO에 나서자 몸이 굳어버렸다. 큰 경기를 치러본 노련한 선수들이 없었다. 2006~07시즌 통합우승의 주역 양동근과 김동우가 입대한 상태였다. 이렇다 할 반격없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PO에 약하다.’는 말이 나왔다.

올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한 유재학 감독에게 “모비스는 단기전에 약한 징크스가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유 감독은 느긋했다. “이번엔 (양)동근이가 있잖아요. 리더가 있어서 팀 분위기가 달라요.”라며 웃었다. 실제로 그랬다. 주장은 우지원이지만 양동근은 코트의 ‘대장’이었다. 그는 PO를 치르며 목소리를 잃었다. 시끄러운 코트에서 쉴 새 없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소리치느라 목이 다 쉬어버렸다.

양동근이 구심점이 된 모비스는 4강에서 무너졌던 지난 시즌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동부를 압도한 끝에 85-64로 승리했다. 4강PO 3승1패로 2006~07시즌 이후 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에 올랐다. 양동근(18점 6어시스트)이 이끌었고, 함지훈(22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과 김동우(15점·3점슛 3개), 브라이언 던스톤(14점 11리바운드 5블록)이 뒤를 받쳤다. 양동근은 “지난해 4강을 경험한 동료들이 워낙 잘해줬다. 내가 통합우승을 하고 군대에 간 것처럼 함지훈과 천대현이 꼭 챔피언에 오르고 떠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모비스는 KT-KCC전 승자와 챔프전에서 만난다. 1차전은 오는 31일 울산에서 열린다.

원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감독 한마디]

●승장 유재학 감독

오늘 경기는 참 잘됐다. 기분 좋다. 챔피언결정전이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다. 그동안 기회가 와도 잡지 못했는데 이번엔 기회를 잡았다. (우승에) 도전해 보겠다. 3년 전 우승 할 때는 크리스 윌리엄스가 있었고, 양동근과 호흡이 좋아서 둘이 고비를 잘 헤쳐나갔다. 올해는 짜맞춰진 농구를 하는 중이라 3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KT는 우리와 색깔이 비슷한데 선수들이 자신있어 한다. KCC는 하승진 변수가 있지만, 돌아온다고 해도 몸상태가 최상은 아닐 것이다.

●패장 강동희 감독

아쉬운 게 너무 많다. 승패를 떠나 팬들에게 좋은 게임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죄송하다. 플레이오프 고비를 못 넘었다. 감독 부임 첫 해지만 많이 배웠고, 잘 알지 못했던 지도자의 역할을 생각하게 됐다. 어제 허재 감독이 “스포츠에서는 1등만 알아준다.”고 하더라. 초임 감독이지만 1등이 목표였는데 이루지 못해 아쉽다. 좋은 공부 했고, 다음 시즌엔 제대로 준비해 우승에 도전하겠다.
2010-03-2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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