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0.4초의 미학 ‘강속구 전쟁’

[프로야구] 0.4초의 미학 ‘강속구 전쟁’

입력 2011-03-23 00:00
수정 2011-03-2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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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초의 미학. 눈 깜빡일 시간보다 짧다. 투수 손에서 떠난 150㎞ 직구는 타자 눈에는 그저 번쩍임이다. 시간이 지나고 야구는 변하지만 투수 최고의 무기는 역시 강속구다. 이론적으론 타격이 불가능하다. 인간의 반응 시간보다 먼저 홈플레이트에 도착한다. 그래서 많은 투수들은 더 빠른 공을 원하고 꿈꾼다. 삼성 배영수는 “빠른 공을 되찾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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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시즌엔 강속구가 더욱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시즌, 리그 전체 홈런 수는 990개였다. 지난 몇 년 사이 뚜렷해진 타고투저 바람은 스트라이크존 확대에도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록적인 타고투저 기간이던 2000년대 초반 분위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웬만한 변화구로는 타자들을 봉쇄하기가 쉽지 않다. 힘에서 앞서야 한다. 다시 강속구의 시대다.

시범 경기서부터 그런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LG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가 ‘광속 전쟁’에 불을 당겼다.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160㎞를 찍었다. 경기장 전광판엔 159㎞, 스카우트 스피드건엔 160㎞가 떴다. 어쨌든 한국 프로야구 기록이다. 이전 KIA 한기주가 두 차례 159㎞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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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제구력이다. 강속구 뒤를 받칠 변화구 제구에 문제가 있다. 리즈는 슬라이더-커브-컷패스트볼-체인지업을 구사한다. 4가지 모두 제구가 안 된다. 보여주는 공과 스트라이크 잡는 공의 격차가 너무 크다. LG 박종훈 감독은 “제구를 잡아가는 과정이다. 지금 정상적인 페이스는 아니다.”라고 했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도 150㎞ 강속구를 던졌다. 하드웨어가 좋다. 203㎝ 큰 키를 효율적으로 이용한다. 투구 순간 밸런스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온다. 타자들 체감 속도는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 이상이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구위만 놓고 보면 리그 최상급”이라고 했다. 그러나 약점이 뚜렷하다. 퀵모션이 지나치게 느리다. 지난 18일 한화전에선 주자들이 대놓고 누상을 오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변화구 제구도 불안한 편이다.

한화 사이드암 투수 정재원은 ‘제2의 임창용’을 노린다. 150㎞ 직구를 뿌린다. 지난 17일 롯데전에서 타자 10명을 상대로 안타 두개, 볼넷 하나만 내줬다. 평균 140㎞ 중후반대 강속구를 꾸준히 던질 수 있다. 올 시즌 지켜봐야 할 선수다. 국내 선수 가운데 최고 강속구 투수 한기주는 현재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재활군에서 훈련 중이다. 고질적인 팔꿈치와 허리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오는 6월이면 복귀 가능하다. 한기주가 가세하면 프로야구 ‘광속구 전쟁’은 더 뜨거워진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1-03-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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