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듭니다…라쿠텐, 日 쓰나미에 타 구단 구장 빌려 경기

다시 고개 듭니다…라쿠텐, 日 쓰나미에 타 구단 구장 빌려 경기

입력 2011-04-16 00:00
수정 2011-04-1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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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고시엔 구장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정오 넘어 추적추적하던 비는 곧 장대처럼 쏟아졌다. 경기 시작 시간이 4시간여밖에 남지 않았다. 방수포를 깔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비옷 입은 라쿠텐 구단 직원들은 우왕좌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분간 라쿠텐의 홈은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고시엔 구장이다. 센트럴리그 한신의 안방이다. 센다이의 라쿠텐 홈구장 크리넥스 스타디움은 쓰나미에 직격탄을 맞았다. 남의 집 살이. 모든 게 낯설고 익숙지 않다. 그래도 야구는 계속돼야 한다. 라쿠텐 사토시 고이케 홍보과장은 “어디가 됐든, 힘들고 낙담하고 있을 홈팬들에게 야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이 비를 뚫고 라쿠텐 팬들은 속속 모여들었다. 자주색 유니폼에 모자를 걸쳤다. 센다이에서 신칸센을 타고,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고 고시엔에 도착했다. 6시간이 넘는 여정이었다. 24살 여대생 야노 게이코는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고 했다. “왜 여기까지 힘들게 왔느냐.”고 물었다. 그는 “집 잃은 우리팀이 외로울까봐….”라고 대답했다. 말끝을 흐렸다.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음식점을 하는 50세 히로 스즈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고시엔에 도착했다. 바다 가까운 곳에 살던 스즈키 부모의 집은 쓰나미에 쓸려갔다. 둘은 대피소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아들을 기다렸다. 그래도 그는 웃었다. “우리 라쿠텐도 그리고 우리 고향 사람들도 모두 다시 일어설 거다. 나는 믿는다.”고 덧붙였다.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전.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햇살이 비쳤다. 양팀 선수들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라쿠텐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천천히 그라운드로 걸어 들어 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살짝 쳐다보더니 한마디했다. “거 봐 갤 거라고 했잖아. 야구하기 좋은 날이야.” 재난이 덮친 와중에도 결국 야구는 계속된다.

니시노미야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1-04-1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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