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스포츠] 프로농구 챔프전 2승 4패…
지고도 박수받은 동부 강동희 감독

[피플 인 스포츠] 프로농구 챔프전 2승 4패…
지고도 박수받은 동부 강동희 감독

입력 2011-04-28 00:00
수정 2011-04-2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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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슛 집중 보 완… 내년엔 웃겠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긴 시즌이었다. “이제 잠을 좀 잘 수 있겠구나….” 한숨이 먼저 나왔다. 상대 선수들은 환호했다. 트로피를 들고 서로 얼싸안았다. 저 멀리 KCC 허재 감독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마주 보고 웃어 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 사이를 지나 라커룸으로 향했다. 뒤따르는 선수들 눈이 붉었다.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괜찮아. 잘했어” 어깨를 쳐 줬다. 선수들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 줬다. 이제 정말 시즌은 끝났다.

프로농구 동부 강동희 감독. 지난 26일 KCC에 2010~11시즌 챔피언전 우승을 내줬다. 2승 4패. 아쉬운 패배였다. 경기 내용은 모두 박빙이었다. 얇은 선수층에 부상 선수도 많았다. 정규시즌 4위에다 강 감독은 챔피언전 초보였다. 모든 게 불리했다. 전문가들은 “KCC에 한 경기만 이겨도 성공”이라고 했다. 그런데 끝까지 KCC를 위협했다. 동부는 지고도 더 큰 박수를 받았다. 비결이 무엇일까. 서울신문이 27일 패장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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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희 감독 연합뉴스
강동희 감독
연합뉴스
→경기 끝나고 잠이 안 왔을 것 같다.

-술을 많이 마셨다. 새벽 4시 넘어까지…. 머릿속이 복잡했고 아쉬움도 많았다. 잊어야 했다. 그래서 오래 앉아 질기게 먹었다. 그랬더니 눕자마자 잠들어 버렸다. 대신 아침에 눈을 떴더니 가슴이 아파 오더라. 생각했던 것보다 리그가 너무 길었고 힘들었다. 허무했다. 1등이 중요한 거지 결국 2등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주변에서 잘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결국 2등은 허무할 수밖에 없다.

→이번 챔피언전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5, 6차전 마지막 장면들이다. 경기 종료 직전 마지막 공격 기회가 있었다. 공교롭게 두번 다 비슷한 상황이었다. 마지막 패턴을 정리해서 성공률을 높였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 했다. 그전에 심판 판정에 항의하느라 작전타임을 다 소모해 버렸다. 내 잘못이다. 지금 돌아봐도 후회되는 부분이다. 선수들은 잘했고 감독이 잘못했다.

→6차전 마지막 장면에 왜 2점이 아니라 3점을 노렸나.

-김봉수는 3점슛 능력이 있다. 앞에 수비가 없었고 충분히 시도할 만한 상황이었다. 작전타임은 없었지만 나도 던지라고 주문했다. 다만 날아가는 포물선이 짧았다.

→심판 판정이 동부에 대체로 불리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심판은 공정했다. 여기에 대해선 더 이상은….

→시즌을 돌아보면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솔직히 시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내내 힘들었다. 몸이 안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대체할 선수는 없는데 끝까지 잘 따라와 줬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챔피언전 들어서 꼭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져서 스스로 힘들었다. 상대가 허재 형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경기가 끝난 뒤 허 감독과는 만났나.

-오늘 점심 때 전화가 왔다. 평상시대로 돌아왔더라. 다른 말 없이 밥 먹었냐, 소주 한잔 먹자. 그런 얘기만 했다. 경기에 대해선 아무 말도 안 하더라. 나도 그랬고…. 우리는 원래 그런 사이다.

→동부가 우승팀이 되려면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할까.

-가드진의 외곽슛이 많이 모자란다. 그 부분을 집중 보완할 생각이다. 슛은 연습으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영원히 동부의 약점으로 남진 않을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독이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선수 문제보다는 작전에 실패하고 기용을 잘못한 내 잘못이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1-04-28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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