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본인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해결책
한국 축구가 ‘박주영 딜레마’에 빠졌다.선택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어느 쪽도 쉽게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말 그대로 박주영(27·아스널)을 두고 한국 축구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2011년 8월 30일은 박주영이 축구선수로서 평생을 품어왔던 꿈을 이룬 의미있는 날이다. 아스널에 입단하며 축구선수로서 평생의 꿈이 이뤄졌다고 기뻐했던 박주영의 모습에 한국 축구계는 환호했다.
그러나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한국 축구에서 박주영이 차지하는 위치는 점차 ‘믿는 구석’에서 ‘걸림돌’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박주영은 병무청으로부터 2022년까지 군입대 연기 승인을 얻으면서 많은 이들의 상당한 비난을 한 몸에 사고 있다. 정치인의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전국민이 예민하게 다루는 부분인 병역문제가 박주영을 빗겨갈 수는 없었다.
더욱이 영국 현지에서는 정규리그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이 올 시즌이 끝난 뒤 아스널을 떠날 것이라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영입을 앞둔 거물급 공격수의 실명이 연거푸 거론되면서 박주영의 방출설은 더욱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주영을 향한 한국 축구계의 시선도 점차 바뀌고 있다.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한 홍명보(43)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한다. 최강희(53) 축구대표팀 감독은 고전 끝에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출전에 도전한다.
이런 두 감독에게 박주영은 놓칠 수 없는 자원이다. 한국 축구의 승리를 위해 꼭 필요했던 박주영이었지만 이제는 없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해 버렸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 주말 K리그 경기장을 찾은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병역연기는) 향후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에 당연히 참고해야 한다. 여러 상황을 지켜보겠다”면서 “5월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전임 조광래 감독 시절 부동의 최전방 공격수였던 박주영은 최강희 감독이 부임하면서 제 자리를 잃었다. 더 이상 축구대표팀에서 ‘주인공’ 박주영은 찾아볼 수 없다. 감독의 든든한 신뢰를 얻고 있는 이동국(33·전북)과 함께 승리를 이끌 여러 조연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홍명보 감독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안정적인 해외 생활을 위해 병역해결이 급선무였던 박주영은 당초 2012년 런던올림픽에 나설 홍명보호의 와일드카드 1순위였다.
그러나 선수 스스로 병역 연기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박주영의 활용가치는 없어졌다. 오히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로 팀을 꾸리는 것이 조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박주영에게 무조건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줄 가능성은 낮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주영의 대선배인 차범근 SBS 해설위원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박주영의 선처를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한국 축구계가 박주영을 걱정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박주영뿐이다. 자신을 향한 모든 의혹의 시선을 말끔하게 풀어야 한다. 선수 자신의 미래는 물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박주영에게 침묵은 더 이상 ‘금’이 아닌 ‘독’이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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