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테이블 먼지 떠는 오상은

경기 중 테이블 먼지 떠는 오상은

입력 2012-03-29 00:00
업데이트 2012-03-2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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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풀고 시간 버는 오랜 습관” 당예서 등 많은 후배들 따라해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후배들이 언제부터 따라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탁구 팀세계선수권에 출전하고 있는 남자 대표팀의 ‘맏형’ 오상은(35·대우증권)의 먼지 떨기 습관은 독일 도르트문트에서도 계속됐다. 28일 새벽 프랑스와의 C조 조별리그 3라운드가 펼쳐진 베스트팔렌경기장. 첫 주자로 나선 오상은은 늘 하던 대로 큰 타월을 휘저어 탁구대 위에 쌓인 먼지를 툭툭 떨어냈다. 테이블 위에 조그만 이물질이라도 있으면 경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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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은이 28일 탁구 팀세계선수권대회 남자부 조별리그 C조 4차전인 오스트리아전에 두 번째 주자로 나와 경기 직전 테이블 먼지를 타월로 쓸며 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오상은이 28일 탁구 팀세계선수권대회 남자부 조별리그 C조 4차전인 오스트리아전에 두 번째 주자로 나와 경기 직전 테이블 먼지를 타월로 쓸며 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그러나 앞선 경기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먼지가 쌓였을까. 오상은은 경기 중에도 고비마다 주심 옆에 놓인 커다란 통에서 타월을 꺼내 들어 땀을 쓱 닦아낸 뒤 예의 먼지 떨기를 되풀이했다.

사실 먼지를 떠는 건 그의 오래된 습관이다. “심리적으로 긴장 상태에 있을 때 자신을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된다. 시간도 버는 방법”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은 후배들도 너나없이 따라한다. 심지어 여자 대표팀의 귀화 선수 당예서까지 선배의 습관을 따라 하고 있으니 먼지 떨기는 이제 한국 대표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셈이다.

특별히 규정을 거스르는 건 없다. 그러나 먼지를 떨 때마다 테이블 가까이 앉아있는 심판들의 표정은 잠깐씩이나마 일그러진다. 깨끗하게 닦아놓은 테이블이지만 바로 코앞에서 휙휙 바람을 일으키며 먼지를 일으키는 데야 심판들로서도 유쾌할 리가 없다.

오상은은 라켓을 애지중지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경기 중에도 라켓의 고무판 면을 손으로 만지는 법이 없다. 이것 역시 오래된 습관. 그러나 가장 해묵은(?) 습관은 경기 시작 전 반드시 30분을 채우는 워밍업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준비가 가장 아름다운 선수’로 통한다. 그건 서른 중반을 막 넘어선 지금도 후배들 못지않은 체력과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비결이다.

cbk91065@seoul.co.kr

2012-03-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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