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양궁 28년 묵은 恨 풀었다

남자양궁 28년 묵은 恨 풀었다

입력 2012-08-04 00:00
수정 2012-08-04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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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개인전 첫 금메달 획득

오진혁(31·현대제철)의 런던올림픽 금메달은 한국 양궁에는 28년 묵은 한을 풀어주는 경사였다.

한국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양궁 선수를 올림픽에 파견하기 시작해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했으나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은메달리스트는 1988년 박성수, 1992년 정재헌, 2008년 박경모가 있었다.

정재헌은 날짜까지 정확히 20년 전인 1992년 8월 3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쳤다.

바르셀로나 인근 발데보른 양궁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된 세바스티앙 플루트에게 98-110으로 졌다.

박경모는 2008년 8월15일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빅토르 루반(우크라이나)에게 112-113, 1점 차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런던올림픽에서 기대를 모은 ‘겁 없는 신예’ 김법민(배재대)과 ‘양궁 황제’ 임동현(청주시청)이 각각 8강과 16강에서 탈락해 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러나 대표팀의 맏형이자 주장인 오진혁이 모든 우려를 한 번에 날려줬다.

오진혁은 지난 대회에서 박경모에게 아픔을 안긴 루반을 8강에서 완파하고 준결승에서도 뛰어난 집중력을 보인 다이샤오샹(중국)을 슛오프 접전 끝에 따돌렸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후루카와 다카하루(일본)를 가볍게 제압하고 한국의 사상 첫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역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들은 결승전이 열린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오진혁의 포효를 지켜보고 환호했다.

박성수 한국 남자 대표팀 코치는 결승전 사대 뒤에서 오진혁의 화살을 한 발씩 지도하다가 기쁨의 순간을 함께했다.

정재헌 필리핀 대표팀 감독은 자국 선수들의 경기가 모두 끝났기 때문에 관중석에서 오진혁의 승리를 지켜봤다.

정 감독은 “바르셀로나 결승전이 생각나면 아직도 아쉬워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다”며 “한국 선수들의 수준이 모두 정상급이지만 금메달이 나오지 않아 누군가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오진혁은 “나보다 엄청나게 훈련을 열심히 한 선수들이 있는데 내가 첫 우승자가 된 것은 나에게 과분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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