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 “역사적인 날”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 “역사적인 날”

입력 2012-08-04 00:00
수정 2012-08-05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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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 장애 육상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준결승 진출의 기쁨을 맛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가 “역사적인 날”이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남아공 육상 남자 400m, 1,600m 계주 대표로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4일(현지 시간)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400m 예선에서 45초44를 기록하고 조 2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미리 내걸었던 1차 목표를 달성한 피스토리우스는 레이스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에 휩싸여 인간 한계를 깬 소감을 차분히 밝혔다.

종아리뼈 없이 태어나 생후 11개월부터 양쪽 다리를 쓰지 못한 피스토리우스는 탄소 섬유 재질의 보철 다리를 붙이고 레이스에 나서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그는 “이 자리에 섰다는 경험만으로도 내 꿈이 이뤄졌다고 말하고 싶다”며 감격했다.

그러면서 “일반인 선수와 기량을 겨루려고 6년을 준비했고, 400m 기준기록을 통과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다”며 쉽지 않던 지난 과정을 담담히 돌아봤다.

피스토리우스는 “스타팅블록에서 웃음을 짓는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었고, 레이스를 마친 뒤 결승선 쪽에서 남아공 국기를 든 친구와 가족을 발견하는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89세의 노구를 이끌고 런던까지 온 외할머니에게 말로 표현 못 할 감사함을 나타냈다.

피스토리우스는 10년 전 어머니가 세상을 뜬 뒤부터 외할머니에게 크게 의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어머니는 내 인생의 큰 부분이었고, 오늘은 외할머니가 국기를 들고 이곳을 지키고 계신다”며 “든든한 가족의 지원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피스토리우스는 일반 선수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2008년 패럴림픽 때보다 13㎏를 감량했다고 말했다.

패럴림픽에서는 적수가 없던 피스토리우스는 하계 올림픽 출전을 위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보철 다리가 레이스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IAAF의 견해에 따라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피스토리우스의 보철 다리와 경기력과는 큰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마침내 IAAF가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부터 국제 대회의 문호를 개방하면서 피스토리우스는 인간 승리의 꿈을 실현할 기회를 얻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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