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선수들 뛰지 마” 했다가 혼쭐난 하프마라톤 대회

“아프리카 선수들 뛰지 마” 했다가 혼쭐난 하프마라톤 대회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4-28 13:11
업데이트 2019-04-2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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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런던마라톤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엘리우드 킵초게(왼쪽 케냐)와 모 패라(영국)가 24일 런던 타워브리지를 배경으로 진행된 미디어데이 도중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런던 AFP 연합뉴스
28일 런던마라톤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엘리우드 킵초게(왼쪽 케냐)와 모 패라(영국)가 24일 런던 타워브리지를 배경으로 진행된 미디어데이 도중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런던 AFP 연합뉴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열리는 하프마라톤 대회가 아프리카 출신 프로 선수들의 출전을 한때 가로막았다가 다시 이들의 출전을 허용했다.

대회 조직위원회의 파비오 카리니는 선수 에이전트들이 다음달 5일(이하 현지시간) 대회 참가비를 제대로 내지 않거나 귀국 비행편을 마련해 달라고 떼를 쓰는 일도 있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가 인종 차별 발언이란 비난을 들었다. 카리니는 나중에 사과했지만 “근본적인 윤리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28일 열리는 런던국제마라톤 같은 큰 대회들도 엘리우드 킵초게(케냐) 같은 일류 마라토너들을 출전시켜 대회의 격을 높이려고 대회 참가비를 내지 않게 한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참가비 면제 뿐만 아니라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고 스폰서 업체들이 돈을 얹어주는 일도 종종 있다.

해서 방송은 트리에스테 하프마라톤 대회 참가자 가운데 누가 이런 문제를 갖고 있는지 명확히 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대회를 개최하는 기업 ‘APD 미라마르’ 회장인 카리니는 26일 현지 일간 리퍼블리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우리는 유럽 선수들만 이 대회에 받아들이도록 결정했다. 현재 최고 수준의 아프리카 선수들이 아예 내지 않거나 적게 내고 참여하는 일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회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으며 정상급 아프리카 선수들만 해당되며 마스터스(동호인) 아프리카 참가자들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탈리아에서 열린 다른 대회에서 아프리카 일류 마라토너들이 귀국 비행편을 마련하지 않고 참가한 뒤 나중에 손을 벌리는 일까지 있었다는 설명까지 보탰다.

그러나 이탈리아 육상연맹(FIDAL)이 조사에 나서자 카리니는 다음날 현지 언론에 전달한 성명을 통해 아프리카 선수들은 모두 초청받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에 대한 반응 때문에 후회하고 있으며 이번 일로 마음에 상처를 받은 이들에게 사과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이 제기한 갈취 이슈가 여전히 존재하며 달리기 대회 조직위원회들이 종종 지나쳐 버릴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스포츠에서의 인종 차별 문제는 이달 초에도 프로축구 세리에A 경기 도중 유벤투스의 10대 공격수 모이스 킨을 겨냥한 인종 차별 야유가 쏟아져 큰 문제가 됐다. 이탈리아의 인종주의에 맞서는 시민단체들은 두려움과 증오를 정부가 앞장 서 부채질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9월 새 연립정부가 공포한 칙령에 따르면 중범죄를 저지른 이민자들은 추방하는 절차를 간편히 하고 시민권을 박탈하도록 했다. 또 지중해를 건너온 이민자 보트가 항구에 정박하지 못하게 막는 조치도 포함하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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