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크 와키프 전통시장에 매 시장, 매 전문 병원 자리
한 마리 70만원부터 최대 2억원에 거래 이뤄지기도
부·권력 상징해 상류층 취미로…파키스탄 등 밀수도
카타르 도하 수크 와키프 전통시장에 있는 한 매 판매점에서 어린 매가 다리에 사슬이 묶인채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중동에서는 자신의 부와 권력 과시용으로 매 사냥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카타르 수도 도하의 중심가 코니시로드(해변도로) 한쪽에 있는 이 전통시장은 사막 모래 색깔로 지어진 낮은 건물들 사이로 미로 같은 시장이 숨어 있다. 건물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독특한 냄새의 향신료와 시샤(물담배), 수공예품, 카펫, 전통의상, 스카프, 월드컵 관련 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우리나라 남대문처럼 흥정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다른 외국인들은 부르는 가격에 덜컥덜컥 물건을 사지만 ‘개성상인’의 후예인 한국인들은 실크로드를 휘어 잡았던 ‘아랍상인’들과 얼마 안되는 금액을 놓고 한판 흥정을 벌이기도 한다.
카타르 도하 수크 와키프 전통시장에 있는 한 매 판매점에서 어린 매들이 다리에 사슬이 묶인채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중동에서는 자신의 부와 권력 과시용으로 매 사냥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카타르에서 태어난 것도 있지만, 파키스탄이나 시리아, 이란 등에서 들어온 매이 대부분이다. 주인에게 매 가격이 얼마냐고 물어보니 2000 카타르리알(약 74만원)부터 20만 카타르리알(약 7400만원)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가격은 농장에서 키운 매가 싸고, 자연에서 잡은 매가 비싸다. 가끔 자연산 희귀종은 2억~3억원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중동에서 매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사막생활을 할 때부터 중동에서 매는 사람에게 고기를 잡아다주는 짐승이었다. 매가 사냥해 온 토끼와 비둘기는 중요한 식량이 됐다. 아랍어에는 매와 관련된 용어가 최소 1500개나 된다고 하니 얼마나 생활에서 가까운 동물이었는 가를 알 수 있다. 이런 연유로 매는 과거에는 자연과 힘의 상징으로, 현재에는 부와 권력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특히 카타르 정부가 운영하는 매 병원은 한마디로 요지경이다. 의료진만 40명이 넘고, 매의 습성과 번식, 질병에 관한 연구도 한다.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내시경과 유전자검사도 할 수 있다. SWFH 관리인은 자신들의 현재 중동에 있는 매 병원 중 두 번째로 크다고 소개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아부다비에도 이런 대형 매 병원이 있다.
카타르 도하 수크 와키프 시장에 있는 매 전문 병원의 모습. 이 병원은 세계 매 전문 병원 중에서 두바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카타르 도하 수크 와키프 매 전문병원에 설치된 전시실의 모습.
글·사진 도하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