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해 뛰는 ‘비인기 종목’ 태극전사

꿈을 향해 뛰는 ‘비인기 종목’ 태극전사

입력 2010-02-12 00:00
업데이트 2010-02-1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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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꿈을 이뤘다.메달은 옵션!’

 메달 획득의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하지만 척박한 현실을 넘어 동계올림픽 무대에 나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겨루게 된 것만으로 찬사를 받아야 하는 태극전사들이 있다.

 봅슬레이-스켈레턴-루지의 썰매 3총사와 영화 ‘국가대표’로 유명세를 탄 스키점프,나홀로 외국에서 출전권을 따낸 프리스타일 모굴 스키와 스노보드,비인기 종목의 외로움을 이겨낸 크로스컨트리 종목 출전 선수들이 바로 주인공이다.

 신체 조건이나 경제력,기반 시설에서 유럽권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지만 ‘비인기 종목’ 태극전사들을 강한 정신력과 투지를 앞세워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참가해 한국인의 도전 정신을 빛내고 있다.

 ●스키점프 ‘외로운 비행’

 15년이 넘게 세대교체 없이 같은 선수들이 ‘끈질기게’ 호흡을 맞추며 하늘로 날아오른 스키점프 대표팀은 지난해 영화 ‘국가대표’의 흥행 성공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하지만 영화의 흥행으로 인지도만 높아졌을 뿐 훈련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최흥철,최용직,김현기,강칠구(이상 하이원)가 초장수 대표선수로 활약해온 스키점프 대표팀은 아쉽게 강칠구가 동계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면서 단체전 정족수를 맞추지 못해 ‘반쪽의 비행’만 하게 됐다.

 하지만 제대로 된 연습장도 없고,수입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꾸준히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아왔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그나마 최근 선수 전원이 하이원에 입단하면서 경제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국제무대에 나서기에는 초라하기만 하다.

 2003년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을 시작으로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2007년 토리노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인전과 단체전 은메달을 확보한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외롭고 힘들지만 3명의 스키점프 대표팀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가운데 가장 빠른 13일(한국시간) 새벽 경기를 치른다.도전 자체로 박수를 받을 만하다.

 ●썰매 3총사 ‘출전 자체가 기적’

 한국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썰매 종목 3총사인 봅슬레이-루지-스켈레턴 종목의 출전권을 따냈다.국내에 경기장은 물론 스타트 훈련장도 없는 상황에서 오직 썰매에 대한 열정이 낳은 눈부신 결과다.

 한국판 ‘쿨러닝’이 원조인 강광배(강원도청)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2006 토리노 대회까지 루지와 스켈레턴 선수로 변신을 거듭하며 3회 연속 동계올림픽에 출전했고,이번에는 봅슬레이 4인승으로 종목을 바꿔 밴쿠버를 밟게 됐다.

 동계올림픽 사상 썰매 종목을 모두 번갈아가며 올림픽 무대를 밟은 것은 세계적으로 강광배가 유일하다.봅슬레이 역시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20위권에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강광배의 지도를 받은 이용과 조인호(이상 강원도청)는 각각 루지와 스켈레턴을 통해 동계올림픽에 나선다.

 이용은 고등학생 시절인 1998년 나가노 대회 때 강광배와 함께 루지 종목에 출전했었다.10대에 첫 올림픽을 경험한 이용은 이제 30대를 훌쩍 넘긴 노장으로서 한층 숙련된 기술을 앞세워 메달의 원대한 꿈에 도전한다.

 또 조인호 역시 강광배와 봅슬레이로 인연을 맺었고,이후 강광배가 물려준 스켈레턴을 타고 올림픽 도전에 나서 마침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뤄냈다.

 ●눈 위의 외로운 질주 ‘자신과 싸움’

 한국 여자 크로스컨트리의 간판 이채원(하이원)은 중학교 2학년이던 1996년 동계체전에 처음 출전해 여자부 프리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래 무려 14년째 간판스타로 군림해 왔다.

 이채원의 실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그만큼 뒤를 받쳐줄 후배들이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스키 종목의 마라톤인 만큼 고되고 힘든 훈련 때문에 선수층도 얇아 좀처럼 세대교체도 없는 겨울 비인기 종목의 대명사가 됐다.

 비록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15㎞(7.5㎞클래식+7.5㎞프리스타일) 추적에서 64명 중 57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기록이 좋아지고 있어 중위권 진출이 현실적인 목표다.

 더불어 프리스타일 모굴 스키의 기대주 서정화(20.남가주대)는 지난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30위권에 진입하면서 일찌감치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스키와 묘기 동작을 한꺼번에 해야 해서 변수가 많은 종목인 만큼 운만 따라준다면 최고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이밖에 바이애슬론에 나선 문지희(전남체육회)와 국내 스노보드 역사상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하프파이프 무대를 밟은 김호준(한국체대) 역시 국내 비인기 종목의 개척자로 박수를 받을 만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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