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23조각 맞췄다

허정무호 23조각 맞췄다

입력 2010-06-02 00:00
업데이트 2010-06-0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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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엔트리 기습 발표

허심(許心)은 냉정했다. 한때 ‘황태자’로 불렸던 이를 가차없이 내치고, 늘 분발의 채찍을 꺼내 들었던 ‘비운의 사나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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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허정무 감독이 남아공월드컵 개막 열흘을 남겨둔 1일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 카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엔트리 23명의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허정무호’는 월드컵대표팀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허 감독은 당초 이날 오후 4시 최종엔트리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명단이 새 나갈 것을 우려해 현지시간으로 전날 밤 9시 대표팀 캠프에서 4㎞나 떨어진 기자 숙소로 찾아간 뒤 기자회견을 자청, 기습적으로 명단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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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주빌로 이와타)의 탈락은 다소 의외였다.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허벅지(햄스트링) 부상 이후 ‘계륵’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을 만큼 허 감독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던 이동국(전북)은 ‘살생부’를 면했지만 오랜 부진을 털지 못한 이근호에게는 엄격한 잣대가 주어졌다. 허 감독은 이근호의 탈락 배경에 대해 “그동안 기회를 많이 줬는데 슬럼프가 너무 길었다.”고 잘라 말했다.

미드필더 신형민(포항)도 기성용(셀틱), 김정우(광주 상무), 김남일(톰 톰스크) 등이 버틴 중앙 미드필드진의 경쟁을 뚫지 못했다. 중거리포가 뛰어난 ‘막내급’ 구자철(제주)도 선배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비롯, 유럽의 빅리거들을 포함한 해외파들은 예외 없이 허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허정무호에서 내린 3명은 벨라루스전 부상으로 탈락한 곽태휘(교토상가)와 함께 한 많은 노이슈티프트 캠프를 떠났다.

최종엔트리가 발표됨에 따라 ‘베스트 11’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공격수는 박주영과 염기훈(수원), 이동국, 안정환(다롄 스더), 이승렬(FC서울) 등 다섯 명. 이 가운데 발등 부상에서 회복한 ‘왼발의 달인‘ 염기훈은 이근호가 탈락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박주영의 ‘투톱 파트너’로 나서게 됐다. 상황에 따라 측면 미드필더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공격수들보다 경쟁력이 있다. 안정환은 후반 ‘조커’로 대기하고, 이승렬은 상승세가 뚜렷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적어 선발로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동국은 그리스전에서 전·후반 교체 투입이 가능하지만 무리는 하지 않겠다는 게 허 감독의 생각이다.

좌우 날개에는 박지성과 이청용(볼턴)이, 중앙 미드필더는 김정우와 기성용(셀틱)이 그리스전뿐 아니라 본선 내내 선발 출전할 공산이 크다. 좌우 풀백은 이영표(알 힐랄)와 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 수비수에는 조용형(제주)-이정수(가시마) 조합이 유력하다. 골키퍼 장갑은 정성룡(성남)의 최근 기세가 무섭지만 ‘맏형’ 이운재(수원)가 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2010-06-0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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